성 범죄자 사진공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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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도)는 1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범죄자의 신원을 공개할 때 주소와 사진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담은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주소와 사진 등의 자세한 신상공개는 성폭력 범죄자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노출해 사회 복귀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임선희.청보위)는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정부안으로 확정하기에 앞서 관련 부처의 의견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반대에 부닥친 것이다.

청보위는 인권위의 반대에도 법 개정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혀 앞으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개정안을 두고 양측이 충돌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청소년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로 2회 이상 실형을 받은 경우 이름.생년월일.범죄사실 등 기존의 공개 사항 외에도 사진.주소지 등 세부 정보를 추가로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성폭력범 인권인가, 청소년 인권인가=인권위의 결정은 사진과 주소지 공개가 이중처벌 또는 과잉처벌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세부 정보 공개는 실질적인 형벌이어서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부 정보가 공개되면 지역 주민이 어느 집, 누가 범죄자라는 것을 알게 돼 범죄자의 가족 등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해 범죄자의 사진이 급속히 퍼질 경우 심각한 명예훼손 등 추가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청보위는 성범죄의 재발 방지와 청소년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경은 청소년 성보호과장은 "개정안은 범죄자의 인권을 감안한 결론이며 청소년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인권위가 범죄자의 입장에 치우친 결정을 내린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진 등의 공개는 죄질이 나쁘고 위험한 범죄자에 국한해 재범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2003년 6월 법원이 "신상공개는 이중처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 외국에선=미국의 경우 1994년 뉴저지주에서 7세 소녀 메간 켄터가 이웃집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96년 청소년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를 내용으로 하는 '메간법'이 제정돼 시행 중이다. 30여개 주에선 성범죄자의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청소년 성범죄자의 유전자를 채취해 관리하고 경찰.학교 등에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독일.노르웨이 등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개인의 범죄기록을 공표할 수 없다.

김승현.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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