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성에도 유통기한, 그걸 늘리는 게 품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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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96년 풋풋한 배우 지망생과 연기 과외선생으로 만났던 장혁(왼쪽)과 안혁모 본부장. “잘 생긴 녀석이 끈기도 남달랐다”(안혁모), “그때 배운 밑천으로 지금껏 버틴다”(장혁)고 했다. [iHQ 제공]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1순위가 연예인이다. 전문직이나 교사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대중매체 속 화려한 모습에 대한 동경이다. 하지만 우리 시대 톱스타와 그를 길러낸 선생이 말한다. “자고 일어나니 신데렐라, 이런 건 더 이상 없다”고.

 조인성·전지현 등 스타들을 연기 지도한 안혁모(39)씨. 극단 연기자 출신으로 현재 국내 대표 연예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의 관계사인 C.A.S.T by iHQ 연기아카데미 본부장이다. 그가 최근 배우들의 신인시절 에피소드와 가까이서 지켜본 ‘스타성’ 등을 엮은 단행본 『꿈을 여는 12가지 열쇠』(W북스)를 펴냈다. 책에 등장하는 14년 제자 장혁(34)과 함께 ‘우리 시대 스타 되기’를 이야기했다.

 ◆절반은 천부적, 절반은 훈련=책에는 11명의 스타들이 인용된다. 이들을 꼽은 이유에 대해 안씨는 “연기 수업 중에 걸핏하면 예로 드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늘 말해요. ○○는 안 그랬어. 학생이 아프다고 요령 피우면 ‘(박)민영인 안 그랬어. 병원 갔다 와서도 수업하고 갔어’ 이런 식이죠. 김선아는 밉지 않게 욕심이 강했고, 전지현은 어떤 상황에서도 ‘왜요? 어떻게요?’ 하는 호기심이 돋보였죠. 성유리의 인내, 조인성의 배려…. 스타로 뜬 애들은 목표도 분명했지만 정상에서 장수할 만한 자질이 뚜렷했어요.”

 스타의 조건은 무엇일까. 안씨의 답은 “스타는 타고 난다”는 것. 외모만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매력을 말함이다. 하지만 이런 스타성엔 유통기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의 트렌드는 늘 변해요. 이걸 극복하는 게 연기력이죠. 훈련을 통해 가다듬어지기까지 인내하고 넓히는 게 품성입니다.”

 예컨대 장혁의 강점은 ‘끈기’다. 자양강장제 한 박스를 다 마실 때까지 같은 자리에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또 한다. “19살 때부터 질릴 정도로 딴죽을 걸고 토론을 즐기던 아이”였단다. 장혁도 “쑥스럽긴 하지만”이라면서도 진지하게 받았다.

 “일단 즐겨야 해요. 수십 시간 밤샘 촬영하고, 대본이 닳도록 읽고 또 읽는, 집중된 시간을 즐기는 거죠. 스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뜬 것 같아도 그 전에 숱하게 물 아래서 발장구 친 게 뒷받침됐을 때만 가능해요.”

 ◆환상을 깨라=11명 중엔 조연급 신인도 있다. 스타론을 바탕으로 한 ‘성공지침서’인 듯하면서도 실상은 보편적인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안씨는 “연기자가 하나의 직업군이 된 이상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를 일러주고 싶었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에겐 연예인이 위인이잖아요. 낯선 역사 인물보다 오히려 친근하죠. 스타를 통해서 살면서 갖춰야 할 자세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벼락스타에 대한 환상도 깨고요.”

 장혁은 연예인을 ‘가십’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걸 경계했다. “한국에선 아직 대중매체의 스포트라이트만 주시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할리우드에서 알 파치노·숀펜의 내공이 인정받는 것처럼 배우 하나하나의 포트폴리오를 더 주목했으면 해요. 그 계단식 성장을 이해 못하면 조급증에 빠지기 쉽죠.”

 최근 한예조(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서 보듯, 연예업계가 아직 불안정한 게 현실이다. 톱스타의 출연료 비중이 높은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혁은 이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가 많다. 이런 게 해결돼야 한국 대중문화가 발전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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