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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 키우는 논리독서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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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에서 독서활동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독서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학습과 독서를 연결하는 논리독서법도 그 중 하나다. 단순한 독후감상을 넘어 논리적으로 책의 내용을 비판하고 근거와 함께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법을 배우는 방식이다.

왜냐하면·만약에·예를들어…문구 사용

 “곰도 잘못한 부분이 있어요. 뚜렷한 근거없이 자신이 곰이라는 말만 반복했으니까요.(김세린·서울 상명사대부초 3)” “만약 제가 곰이었다면 꼬리와 귀를 근거로 보여주며 편견에 대항했을 거에요.(서기수·서울 청운초 3)” 7일 서울 부암동의 한 가정집. 초등학교 3학년 학생 4명이 모여 『곰이라고요, 곰』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독서수업과 다를 바 없지만 주장 뒤에 ‘왜냐하면·만약에·예를 들어’와 같은 문구를 자연스레 사용하며 발표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이지원(서울 상명사대부초 3)양은 “책을 읽은 뒤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하려면 다시 한번 책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며 “내가 몰랐던 새로운 점을 알게 돼 재미있다”고 말했다.

 논리독서수업에선 3번의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연령별 추천도서를 자유롭게 읽는데까지는 여느 독서방법과 같다. 하지만 독서 후 생각을 확장하는 논리적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글쓰기나 논술 요령은 별도로 지도하지 않는다.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어린이 철학교육원 윤수민 논리독서지도사는 “질문 속에는 전제 찾기·논증하기·추론하기 등의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내용이 숨어있다”며 “단순하게 자신의 감상만 표현할 때보다 깊이 생각하고 자세히 책을 읽게 된다”고 장점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답변의 내용을 종합해 다시 한번 책의 내용을 살펴보며 이해도를 높인다. 고상우(서울 청운초 3)군은 “이 책을 읽고 ‘편견’에 대항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빠의 말 중 편견인 부분을 찾아 근거를 들어 설명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 풀이에 집중하면 창의력 저하될 우려

 논리독서는 책 속의 구체적 사례를 토대로 논리적 사고를 연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윤 지도사는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새로운 판단을 하게 되는 사건을 만나는 셈”이라며 “시중 문제집과 달리 어린이가 재미있게 접근하면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도교사의 역량 여부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준으로 독후활동이 유지되는 것도 특징이다. 논증형 문답엔 유형에 따른 정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린이용 PSAT(공직적성평가)·LEET(법학적성시험) 문제를 담은 교재를 출간한 경기대 박우현(2009년 PSAT 출제위원) 교수는 “논리독서로 모든 교과목에 필요한 유기적 지식을 쌓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논리독서의 필수요소인 비교와 대조, 오류 추출 등의 학습이 최근 교육계의 흐름인 통합학습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 PSAT문제를 출제하면서 언어논리·상황판단 문제는 어린이의 논리적 사고를 향상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PSAT 평가에 포함된 생략된 전제찾기나 주제찾기·요약 등은 독후활동의 기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도 있다. 논리독서는 독서방식의 일부일 뿐이다. 자유로운 감상을 펼칠 기회 대신 문제풀이에 집중하다보면 자칫 창의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임성미 독서전문가는 “독서방식도 연령별 발달수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며 “너무 어릴 때부터 책을 비판적으로 읽는 연습을 반복하게 되면, 책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등 4학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리독서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며 “그 이전엔 책을 읽고 스스로 질문하는 법을 익히는 식의 독후활동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책 속 내용을 논리적으로 생각해봐요.” 윤수민 논리독서지도사와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독서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지은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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