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아내 다시 살아나 … 정말 살 것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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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엄기구(71·사진)씨는 서울 수유동에서 아내와 고춧가루 가게를 운영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다 2004년 10월 12일 아침 아내 빅정순(70)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삶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내의 뇌경색은 심상치 않았다. 오른 팔이 빠지는가 하면 기억상실증에 실어증까지 겹쳤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치료비와 간병비로 두 달 동안 1000여만원이 들어갔다. 엄씨는 간병비라도 줄여볼 요량으로 점포를 정리하고 아내의 간병에 매달렸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재활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아 집에서 마사지와 안마·지압을 시작했다. 몇 달 뒤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면서 다소 호전됐지만 간병은 갈수록 힘들었다. 치료비도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던 차에 요양보험 1급 판정을 받아 2008년 7월 노인복지관 주간보호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엄씨의 아내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달 요양보험에서 나오는 지원금(110여만원)이 큰 힘이 됐다.

 “아내는 재활치료를 하고 남는 시간엔 풍선이나 색종이로 동물·꽃 등을 만드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 줄 모릅니다. 나도 노인복지관에서 컴퓨터·노래·춤 등을 배우고 운동도 하게 되니까 정말 살 것 같습니다.”



◆시니어 취재팀 명단

김성호(70·파이낸셜뉴스 주필) 전 중앙일보 수석 논설위원
한규남(74)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대리
정규웅(69·문학평론가)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재봉(65·방통심의위 보도·교양 특별위원장) 전 중앙일보 사회부 차장
신종수(67·(주)데카 고문) 전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
곽태형(61·사진 에세이스트) 전 중앙일보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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