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도 결혼해 아이 키우며 일할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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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흥미 위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장식이나 생활 모습이 사실과 많이 달라요. 게이샤도 일반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혼해서 자녀를 키우면서도 일을 할 수 있어요.”

 게이샤(藝者)는 일본에서 요정이나 연회석에서 전통 춤이나 노래로 흥을 돋우는 여성이다. 중국 여배우 장쯔이(章子怡)와 일본 남성배우 와타나베 켄(渡邊謙)이 출연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이 2006년 제작돼 국내에서도 개봉됐다. 게이샤인 무쓰미(務津美·예명·사진)도 영화 주인공 장쯔이와 비슷하게 게이샤 소개업을 하는 집의 양녀로 들어갔다. “게이샤는 본명이나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고 한 무쓰미는 “강제로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중학교 졸업 뒤인 15살 때부터 배워 약 50년 동안 계속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시즈오카(靜岡)현 이즈나가오카(伊豆長岡)에 있는 예기(藝妓)학교의 학생이다. 그는 “일본에선 문부과학성이 정식으로 인정한 게이샤 양성학교는 교토에 있는 것과 우리 학교 둘 뿐”이라며 “70여 년 전에 설립된 학교에선 일본 전통 춤, 악기 등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게이샤가 되려면 10~15년은 배워야 하고, 학교 졸업 뒤에는 가수가 되거나 응원단에 취직하기도 하고 게이샤로 일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게이샤로 일하는 그는 “기본적으로는 다른 일본 춤과 같지만 게이샤는 다다미 바닥 위와 같이 좁은 곳에서 여러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고, 화장도 2시간이나 걸린다”며 “지금도 낮에는 매일 3~4시간 정도 학교에서 연습한다”고 말했다. 그는 게이샤에 대한 오해가 있다며 “게이샤는 절대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단법인 원아시아 클럽 서울, 원아시아 클럽 도쿄가 지난 11일 저녁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한 한일문화교류회에서 공연하기 위해 예기학교 학생 6명과 함께 왔다. 이들은 이날 한일 인사 200여 명 앞에서 서울시 무용단과 함께 공연했다. 함께 온 야스마 마사요(安田昌代·여) 이즈노구니(伊豆國)시 관광협회장은 “예기학교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北京), 올 8월 샹하이(上海) 엑스포에서도 공연하는 등 세계에 게이샤 문화를 알리려고 한다”며 “서울에선 풍년을 기원하는 춤, 결혼식에서 추는 춤 등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무쓰미는 “일본에선 경제가 오랫동안 나쁘고 접대 문화가 많이 사라지면서 게이샤들이 일할 곳이 줄었고 한때는 300명에 달했던 우리 학교 재학생도 이제는 30명 뿐”이라며 “2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일본 전통문화를 살리자며 게이샤 문화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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