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 난민 미국 망명시대 열리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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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이 북한 난민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기로 하고 현재 한국.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북한 인권법 제정에 따른 후속작업이다.

현재 북한 출신 난민 중 일부는 캐나다나 멕시코 등을 통해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하거나 국경에서 대기하면서 미국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엔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미국 영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은 현재까지 이들에 대해 망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북한 인권법 제정으로 북한 난민의 미국 망명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매년 미국에 입국하는 난민이 5만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북한 난민의 망명을 수용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 북한 난민을 받아들임으로써 남북한, 중국에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북한은 인권문제의 국제 이슈화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할 것이고, 중국도 탈북자가 증가할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인권 개선과 자유의 확산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언급한 부시 행정부는 이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문제는 본격적으로 정치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아예 회피하던 지금까지의 우리 정부 방식으로는 현상을 타개해 나갈 수 없다. 미국의 조치는 북한 난민들의 인권문제를 국제사회가 제도와 절차를 통해 개선하려는 적극적 개입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북한 인권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원칙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탈북자를 대거 수용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망명 허용이 대량 탈북사태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미국은 몇 백명 수준의 탈북자를 받을 뿐인데 대량 탈북사태가 온다면 결국 우리의 짐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탈북자 문제는 한.중.미 간의 긴밀한 협의 창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