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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스코·STX, 해외에서 기술력 더 인정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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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CO, 세계 철강회사 중 경쟁력 으뜸

에너지 효율 높은 친환경 기술 보유…중국 등 '서로 와달라' 유치 경쟁

지난해말 독일에서 열린 국제 철강 콘퍼런스 '슈탈(Stahl) 2004'에서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기조연설을 했다. 영국의 LNM.독일의 튀센크루프.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 등 세계 주요 철강회사의 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 회의에서 포스코가 독자개발한 신 제철공법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이 가장 큰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었다.

포스코가 지난해 8월 착공한 제철 설비인 파이넥스는 가공하지 않은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혁신적인 제철 기술이다. 이전까지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넣기 전에 가공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이 때 황산화물 등 환경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고 있는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서 파이넥스 공법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100여년간 세계 철강업계를 주도해온 용광로 기법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제철 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칭화(淸華)대학 후안강(胡安鋼) 교수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국의 포스코는 기술 수준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환경친화적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며 "중국이 포스코를 유치하면 중국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일간지인 '21세기 경제 보도'도 포스코 관련 특집에서 "중국의 철강산업은 포스코를 모델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추진중인 연간 생산량 1200만t의 해외 생산기지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후보지로 물망에 올라 있는 곳은 중국과 인도,브라질 등이다. 포스코가 인도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지자 최근 중국에는 "포스코를 인도에 빼앗길 수 없다" "포스코가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 5위(2003년 기준)다. 하지만 매출액 영업이익률에서는 앞선 업체들 보다 훨씬 높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03년 21.3%,2004년 25.5%로 2년 연속 20% 대를 기록했다. 2003년을 기준으로 일본 JFE의 영업이익률은 10%대, 룩셈부르크 아르셀로의 영업이익률은 2%대였다. 세계적인 철강분석 전문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포스코는 세계 철강회사들 사이 경쟁력 비교에서 1위에 올랐다. 포스코는 대형화되는 세계 철강업계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통한 원자재 조달 및 생산량 증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의 추격에 대비해 고급 철강재 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8년까지 10조를 투입해 노후된 설비를 개보수할 예정이며 포항에 고급 전기강판 공장을 증설(2007년 3월 예정)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도 늘리고 있다.

박혜민 기자

*** STX, 조선.해운 시너지로 급부상

STX팬오션, 연내 해외증시 상장 계획…STX조선, 육상 건조 기법 고안해 내

STX팬오션(옛 범양상선)은 올해 해외 증시 상장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STX팬오션을 유럽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가 아니라 해외 상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STX그룹에 인수된 STX팬오션은 현재 세계 10위권에 드는 벌크선(화물선) 회사다. 현재 250여척의 선박을 운영하며 지난해 매출 24억달러,영업이익 3000억원을 올렸다.

STX팬오션은 17년 동안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투자를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STX그룹에 인수된 후 새로운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2010년까지 현재 90%에 달하는 저가 벌크선의 비중을 50%로 줄이고 대신 고가의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천연액화가스)선박의 비중을 50%로 늘릴 예정이다.

또 관련 업종을 모든 갖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4조원대 그룹으로 거듭났다. 올 들어 그룹 계열사간의 시너지 효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STX조선은 지난달 STX 팬오션으로부터 4만5800톤급 석유제품운반석 2척을 수주했다. 세계 해운 시장 호조로 운영할 선박이 부족해지면서 이 부족한 선박을 STX조선에 발주한 것이다. STX조선은 또 1개뿐인 도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육상 건조 기법인 '스키드 런칭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STX그룹측은 이 기법을 고안해낸 직원 4명에게 2억원을 포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STX조선이 수주한 선박은 총 54척. 올해는 이보다 많은 선박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한 달동안 사이프러스의 인터오리엔트로부터 6만2000t급 4척을 비롯해 덴마크의 클리퍼로부터 1만600t급 2척 등 8척을 수주하는 실적을 올렸다. 소형 화물선을 주로 건조하던 이전과 달리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사업영역을 높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인터오리엔트로부터 수주한 선박은 영하 30도에 이르는 발틱해 및 극지방 운항이 가능한 최상급 아이스 클래스 선형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STX조선이 새로운 선형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한 셈"이라고 말했다.

조선과 해운 외에 선박용 엔진과 엔진 부품 등의 분야도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STX그룹 측은 선박용 소재와 부품을 만드는 계열사 STX엔진.STX중공업.STX엔파코 등을 '세계 5대 엔진 메이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중음향 및 전파탐지(레이다)를 전문으로 하는 방위산업체 STX레이다시스는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선박용 항법장치시스템을 국산화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개발한 제품은 STX조선 및 STX팬오션의 선박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STX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4조8000억원. 2003년 2조30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이 STX팬오션 인수로 2배 이상 커졌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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