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범한 주부 싫다",인맥관리로 중개사 변신 성공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열 명 중의 세명은 이제 여성일 만큼 부동산중개업계에도 여성 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아셈공인 이태경(02-544-9386) 사장도 공인중개사가 되기 전에는 평범한 주부이자 커리어우먼이었다.

사회가 원하는 대로 역할에 충실하면서 살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엔 내 일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여자 나이 마흔이면 새 강(江)을 건넌다. 공인중개사를 목표로 학원을 다닌지 5개월 만에 시험에 덜컥 붙어 버렸다. 그게 역대 최대라는 27만여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던 2002년 가을이다.

#성실성과 친화력, 솔직함이 무기

하지만 초보 공인중개사에게 중개업시장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이론만으로 넘기에 부동산은 너무 높았던 것. 실무경험 부족을 절감한 이 사장은 1년 동안 다른 중개업소에서 수습으로 일하면서 중개업 시장 전반을 파악하고 경험을 쌓아 나갔다.


"잘 몰라서 그렇지 부동산중개는 기법과 분야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실무 경험 없이 곧장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1년간 수습을 통해 일단 일이 손에 익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삼성동에 사무실을 낸지 첫 해만에 인근 중개업소의 평균 매출을 넘어서는 수익을 올렸던 것. 여성 특유의 친화력과 섬세함을 십분 발휘해 기존 중개업소들을 평정해 버렸다. 특히 아파트 등 주거용 물건을 중개할 때 여성의 강점을 100%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이 중장년층인 남성 공인중개사가 젊은 여성고객을 방 구석구석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선 고객들이 불편해 하니까요. 또 집을 고르는데 특히 주부의 발언권이 더 센 주택 거래의 특성상 계약서를 쓸 때 서로 말이 잘 통하는 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때문인지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는 여성 공인중개사들의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란다. 물론 물건을 보는 섬세하고 꼼꼼한 눈도 한몫한다.

여성의 눈으로 꼼꼼하게 잡아낸 물건의 장단점을 잘 설명해 매도자와 매수자의 입장에서 서로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중개를 서는 것은 이 사장만의 장기다.

#만물상式 중개 옛말, 자신 있는 분야 특화가 성공비결

하지만 요즘 정작 이 사장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전문성의 강화다. 급변하는 경제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가장 적합한 분야에 최고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중개업자들이 주택, 상가, 오피스, 토지 등 모든 부동산을 취급하는 만물상이 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같은 불황기에는 오히려 자신 있는 전문분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사장이 요즘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분야는 경매시장이다. 올해 1월부터 부동산공인중개사의 경․공매 입찰대리업무가 허용되면서 경․공매 대행업무가 새로운 수입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 사장은 공인중개사의 경․공매 입찰대리업무 허용으로 그동안 법무사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는 불편함 때문에 경매참여를 미뤘던 일반 고객들이 대거 중개업소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이 사장은 동료 중개업자와 매주 경매물건 분석방법과 입찰 노하우 등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요즘같은 불황기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자기만의 전문 분야를 개발하고 다양한 부동산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경매시장은 민법과 공법 등에 대한 법률적인 지식과 실무경험을 폭넓게 겸비해야 대리업무를 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분야라고 봅니다."

물론 이 사장이 경매를 공부하고 있는데는 다른 의미도 있다. 이제 중개업자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전문분야에 직접 투자하는 시대가 됐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지역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공인중개사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전문분야에 직접 투자해 수입원을 확보하는 것도 괜찮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매만큼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탄탄한 인맥이 마케팅 밑천

고객관리를 위해 이 사장이 공들이는 부분은 네트워크 강화다. 사실 사무실 위치가 강남의 핵심지역도 아니고 재건축단지를 끼고 있는 것도 아닌데 높은 수익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이 사장이 구축한 네트워크 덕택이다.

이를 위해 여러 단체나 모임, 교육기관 등에 나가며 꾸준한 인맥관리를 해 왔다. 이처럼 탄탄한 인맥을 바탕으로 월등한 중개실력을 발휘하니 다른 중개업자들이 당해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사장은 일단 고객과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풍부한 부동산 법률과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투자성 분석, 법적하자 등은 물론 2차 중개 등 사후관리 및 세무 상담까지 해준다.

이 결과 이 사장의 고정 고객중에는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도 꽤 있다. 이들에게는 지속적으로 현지 동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수시로 부동산 경기의 흐름이나 시장의 변동 등에 대해서도 자문해준다.

부동산 투자에는 수학공식과 같이 정해진 왕도는 없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이다. 때문에 고객들에게는 늘 재빠르게 정보를 선점하는 능력과 신속하게 투자할 곳을 짚어내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단다.

정보력과 지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중개업은 정보전쟁과 다름이 없다는 것. 그래서 항상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변화무쌍한 만큼 발 빠르게 움직여야만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