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론 악화, 위안화 절상 전방위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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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64억 달러 적자와 200억 달러 흑자. 미국과 중국의 8월 무역수지다. 두 나라 간 무역 불균형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을 놓고 양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별이고 있는 와중에 나온 수치라 민감도가 높다. 게다가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는 28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G2 간에 ‘환율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동북아에서의 한국·중국·일본 간의 국지전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미, 중 환율 조작국 지정하나=미국은 갈수록 늘어나는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8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사상 최대치였지만 수출은 전달보다 오히려 줄었다.

 중간선거(11월 2일)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미 정치권은 독이 단단히 올랐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미 하원이 통과시킨 환율 조작국 제재 법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법안 통과는) 민주·공화 양당은 물론 의회와 행정부의 우려를 모두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단순히 위협용이 아니라는 경고인 셈이다.

 15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재무부가 매년 두 차례 내는 환율정책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의회는 이 보고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현지에선 미 재무부가 발표시기를 늦추면서 중국 압박용으로 삼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1994년 이전까지 다섯 차례 중국에 환율조작국 딱지를 붙였 다.

 ◆동북아 국지전도 가열=일본이 한국과 중국을 외환시장 개입국으로 비난하자 중국은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중국 상무부 야오젠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총리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의회 답변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을 겨냥해 “특정국이 자기 나라의 통화가치만 인위적으로 낮게 유도하는 건 주요 20개국(G20)의 공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작 일본은 줄기차게 시장 개입을 공언하고 있다. 엔고(高)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엔화 값은 14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80.89엔까지 올라선 뒤 15일 도쿄 시장에서도 81엔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필요하다면 G20 회의가 열리기 이전 또는 이후에 외환시장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20 회의를 앞두고서 일본이 쉽게 개입하지 못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감안한 발언이다.

 한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지난달 한국 원화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재무성에 요청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원화 값을 올려 일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의도다. 하지만 엔화와 원화를 대규모로 거래할 수 있는 외환시장이 없는 데다,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어 실행되지는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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