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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윤선도 숨결 … 직접 만들어 썼던 거문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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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 유물 전시관이 새로운 모습으로 그리고 보다 알찬 내용을 가지고 15일 개관한다.

전남 해남군은 2004년부터 100억원을 들여 유물전시관 건립 및 주변정비 사업을 추진해 왔다.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 전경. [해남군 제공]

전시관은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녹우당 부근에 전통한옥 양식으로 지어졌다.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1층, 건축연면적 1830㎡. 해남 윤씨 가의 문화유산 4600여점 중 220여점을 전시한다.

특별전시실에는 공재(恭齋) 윤두서(1668~1715)의 작품 등을 전시한다. 제1전시실은 해남 윤씨 가의 고문서 등 유물을, 제2전시실은 고산과 관련된 유물을 보여준다. 회화실에는 공재와 윤덕희·윤용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관람 문의: 061-530-5548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에 전시되는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왼쪽)과 고산유금.

주목할 전시물=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20.5cm X 38.5cm) 진본이 전시된다. 작은 그림이지만, 초상화 중 걸작으로 손꼽힌다. 회회로서는 드물게 국보(240호)로 지정됐다.

“여섯 자도 되지 않는 몸으로 온 세상을 초월하려는 뜻을 지녔구나! 긴 수염이 나부끼고 안색은 붉고 윤택하니, 보는 사람들은 그가 도사나 검객이 아닌가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진실하게 삼가고 물러서서 겸양하는 풍모는 역시 홀로 행실을 가다듬는 군자라고 하기에 부끄러움이 없다.” 공재와 절친했던 이하곤(1677~1724)이 자화상을 보고 쓴 글이다.

몸체는 없이 얼굴만 그려진 것처럼 보이고, 머리에 쓴 탕건도 윗부분은 생략됐다. 눈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듯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두툼한 입술은 꽉 다물고, 수염은 터럭 한 올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원래 가슴 부분까지 그렸으나 이 부분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퇴색해 없어졌다.

공재는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이고,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외할아버지이다. 회화뿐 아니라 천문·지리·의학·음악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은 학자였다.

1989년 해남 고산유적지관리소에서 전시 중 도난 당했다 일본에 밀매되기 직전 절도범이 붙잡혀 되찾은 미인도(가로 49㎝, 세로 117㎝)도 전시된다. 공재의 손자인 청고 윤용(1708~40)이 그린 것으로 추정돼 왔다. 혜원 신윤복(1785~?)의 미인도와 제작 시기가 비슷하거나 그 이후의 작품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산이 만들어 사용했던 거문고인 ‘고산유금’(孤山遺琴)도 전시된다. 고산유금은 많이 망가져 연주가 불가능했던 것을 국립국악원이 복원했다. 고산은 현악기의 제작과 사용방법을 자세히 수록한 『회명정측』을 저술하기도 했다.

고산의 14대 종손 윤형식(77)씨는 “전란 등을 겪으면서도 어렵게 지켜온 유산들”이라며 “전시관이 반듯하게 건립돼 귀한 것들은 대중에게 보여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윤선도의 문학 혼을 기리는 제10회 고산문학축전이 15~16일 녹우당 등에서 열린다. 시서화 백일장과 고산문학의 밤(시 낭송 및 판소리 공연), 고산 시 낭송대회 등을 한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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