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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마트 혁명, 그 현장을 가다] ⑥ E팩토리=대규모 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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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포스코 광양제철소 4고로에서 최철희 팀장(왼쪽)·이재홍 차장이 스마트폰·크래들을 활용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설비에 붙어있는 전파인식(RFID) 태그와 연동, 정비사항을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 제공]

그를 따라 공장 내 철제 계단을 올라가자 강판을 일정한 길이로 잘라내는 절단기가 눈에 들어왔다. ‘웅~웅’ 소리를 내는 절단기 앞에서 갤럭시S 메인 화면의 ‘설비 점검’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곧바로 화면 맨 위에 ‘점검 메뉴’가 뜨고 여기서 ‘Route Download(점검 경로 내려받기)’라는 곳을 터치하자 점검 계획이 나타났다. 그는 “하루에 50∼70가지 항목을 점검하는데, 각 항목을 차례로 누르면 과거의 점검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스마트폰에 절단기 점검 내용을 입력해 나갔다. 절단기 온도가 적정한지 체크하는 과정이 이색적이었다. 스마트폰과 무선 연결된 크래들을 절단기의 전자태그칩에 가까이 가져가자 온도가 자동 입력됐다. 김씨는 “수작업으로 하루 세 시간 정도 걸리던 점검 시간이 한 시간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안전과 효율=포스코에선 스마트폰과 크래들을 활용한 ‘스마트워크’가 업무 시스템의 기본이 됐다. 2005년 도입한 ‘개인휴대단말기(PDA) 시스템’을 진화시킨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만 해도 직원들은 다른 회사처럼 통신기능이 없는 손바닥만 한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들고 다녔다. 현장에서 데이터를 입력하고 사무실로 가져와 이 수치를 컴퓨터에 다시 입력해야 했다. 포스코는 3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운용시스템을 가동한 데 이어, SK텔레콤의 3G(3세대) 이동통신망에 연결되는 갤럭시S를 8월 중순 경북 포항제철소에, 지난달 초 광양제철소에 지급했다. 두 제철소 1만6500여 명의 임직원 모두 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이 업무 혁신은 ▶작업자 안전과 점검 시간 단축을 도모하고 ▶부서 간 중복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며 ▶신뢰할 수 있는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크래들을 이용하면서 직원들은 장비의 고장 여부나 과거 이력을 현장에서 확인해 이를 메인컴퓨터에 바로 전송할 수 있다. 또 크래들을 각 장비에 붙어 있는 전파인식(RFID) 태그에 가까이에 갖다 대면 장비의 상태를 알려주는 데이터가 자동 입력되도록 했다. 크래들은 이들 입력 정보를 블루투스(무선통신) 기능으로 스마트폰에 전송하고, 작업자는 이를 다시 3G 통신망으로 메인 컴퓨터에 보낸다. 최철희 스마트웍스팀장은 “온도 측정과 기기 식별 등 간단한 기능 위주로 크래들에 탑재했는데, 앞으로 가스·진동 감지 같은 점검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기에 문제가 발견될 경우 직원들은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직접 정비 신청을 할 수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13만5000건, 광양제철소에 11만5000건 등 총 25만 건의 점검사항을 이런 시스템으로 가능하도록 바꿔놨다.

#장면2. 광양제철소 부지 중앙에 위치한 중앙관제소. 건물 4층에 들어서자 직원 40여 명이 20여 대의 모니터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니터에서는 쇳물이 나오는 고로 등 공장 주요 작업장의 모습이 비춰졌다. 통합모니터링센터(IMC)로 불리는 이곳엔 또 하나의 정보기술(IT) 융합 노력으로서 포스코가 자랑하는 ‘설비상태 해석 시스템’ 서버가 있다. 이재홍 스마트웍스팀 차장은 “사람으로 치면 진단이나 수술을 받았는지, 처방대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하는지를 쉽사리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PC·넷북·스마트폰 등 포스코의 사내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는 단말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이런 설비 정보를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다.


◆포스코3.0 시대=포스코의 스마트워크 시스템 구축은 지난해 3월 정준양 회장 취임 후 ‘포스코3.0’을 선언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그는 “스마트폰을 도입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진정한 도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SK텔레콤과 정보통신 계열사 포스코ICT와 함께 크래들을 활용한 설비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포스코 3.0은 시간·공간·조직의 제약 없이 자유로운 소통과 협업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사무 분야에선 지시·보고·회의·출장 등을 위한 공간 이동을 줄여 21%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박문수 정보서비스그룹장은 “시간으로 환산하면 직원 한 명이 하루 1시간7분을 절약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기술발전 단계에서 ‘1.0’이 철강 생산에 주력하는 것이라면, ‘2.0’은 에너지 등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단계, ‘3.0’은 IT를 접목한 고유 기술의 보유 단계”라고 설명했다. 3.0 시대를 여는 핵심을 스마트워크를 통한 업무 방식 변화로 본 것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 이외에도 설비기기에 부착된 RFID 태그를 생산 제품에도 붙여 입·출고를 자동 검수할 계획이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화물차의 위치를 추적하는 ‘실시간 구내 운송 차량 관제체제’를 구축해 공차(空車) 비율을 48%에서 38%로 줄일 방침이다.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의 최근 발표 자료를 보면 이런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철강 제품 생산량 기준으론 세계 4위지만 IT를 활용한 생산·운영 방식 면에서는 최대 생산업체인 아르셀로미탈 등을 제치고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았다. 지식경제부 이승우 철강산업과장은 “철강·유연탄 같은 원재료 수급에까지 스마트워크 시스템이 도입되면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광양=문병주 기자

◆크래들(Cradle)=포스코가 상반기에 자체 개발한 설비점검용 도구. 무선 전파인식(RFID) 태그 리더기와 정밀 온도계, 플래시 기능 등이 내장됐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전파인식)=생산~판매 전 과정을 초소형칩(IC칩)에 담아 무선 원격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



기획·제조·고객관리까지 … IT융합 세계 최고 수준
전문가가 본 포스코

제철소와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들은 단위 기계(설비), 단위 공정, 공정 간 연계와 통합, 그리고 팩토리와 전체 공정 등의 순서로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확산시키고 있다. 수치제어(numeric controls)와 자동화를 넘어 생산과 관련한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면서 공정을 최적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 같다. 이 회사가 해온 IT융합 노력은 단위 작업이나 설비의 자동화를 넘어 단위 공정 내의 통합으로까지 발전했다.

FMS(유연생산시스템)나 CIM(컴퓨터 통합생산) 등이 그것이다. 포스코의 ‘E팩토리’ 구축 노력은 단위 공정 간 연계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획·설계-제조 공정-고객 관리의 전 과정, 즉 가치사슬 전반을 통합하는 것이다. 특히 고객과 제품 생애의 관리를 생산공정과 연계해 글로벌 경쟁력을 도출한다.

E팩토리의 진화된 모습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IT의 혁신으로 기업의 모바일 가치를 극대화하는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enterprise mobility)’다. 기업의 스마트워크 도입 등과 관련한 이른바 ‘엔터프라이즈 3.0’이다. 특히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무선 전파인식(RFID) 등을 활용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공정을 통제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포스코의 모바일 E팩토리 구축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막강한 생산능력에 맞설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특별취재팀=이원호·이나리·심재우·박혜민·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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