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 몰카’ 미끼로 가짜 백신 장사 … 6만 명에 5억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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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톱 탤런트 A양 치마 속 몰카’ ‘톱 탤런트 A양의 아름다운 뒤태’.

컴퓨터 사용자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떠도는 이런 광고를 클릭했다가는 돈만 날릴 수 있다. 동영상·사진을 보기 위해 특정 프로그램을 까는 순간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아 돈을 주고 ‘가짜 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 컴퓨터학과 1년을 중퇴한 최모(24)씨는 지난해 9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 공모(38)씨 등 2명에게 1억원을 주고 프로그램 한 개를 개발했다.

컴퓨터 사용자가 동영상·사진을 클릭하면 최씨가 운영하는 사이트(노라도라)에 연결되고, 이 사이트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보려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내려받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더 이상 다른 작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최씨의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순간 컴퓨터 화면에 ‘위험 요소 발견’이라는 경고창과 함께 백신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안내창이 뜬다. 결국 컴퓨터 사용자는 백신프로그램을 내려받고 사용료로 월 9000원, 3개월 2만원, 1년 5만원을 휴대전화나 집 전화로 결제하는 것이다.

최씨는 한 달 뒤 소액결제 대행업체로부터 백신프로그램 사용자가 낸 돈을 자신의 계좌로 넘겨받았다. 이런 수법으로 최근까지 챙긴 돈이 4억9000여만원, 피해자는 6만여 명에 이른다.

최씨는 국내 유명 인터넷 쇼핑몰로부터 광고 수수료(한 달분 250만원 확인)도 받아 챙겼다. 최씨의 프로그램이 컴퓨터 사용자가 이 쇼핑몰에 접속해 물품을 사면 마치 최씨의 소개(광고)로 구매한 것처럼 경로를 조작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쇼핑몰 측은 최씨에게 광고 수수료를 자동이체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고, 구매자들도 자신의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이 깔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최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가짜 백신프로그램을 파는 수법으로 9억30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불구속 입건된 적이 있다.

경남경찰청은 11일 최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이병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는 반드시 동의절차(체크박스)가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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