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피랍 여성, 구출작전 중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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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던 영국 여성이 미군의 구출작전 중에 희생됐다.

영국 외교부는 9일(현지시간) 자국민 린다 노그로브(36·사진)가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미군의 구조작전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구호 활동가인 노그로브는 지난달 26일 파키스탄 국경 인근 산악지역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끌려갔다. 그는 미국의 아프간 재건기구인 ‘대안적 개발(DAI)’에서 국장으로 활동해왔다. 양귀비를 기르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다른 합법적이고 생산적인 농산물을 재배하도록 돕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미군이 헬기를 동원해 노그로브를 억류하고 있던 탈레반들을 사살하고 그를 찾아냈으나 폭발물에 의해 숨진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그는 텔레반 요원이 폭발물이 설치된 조끼를 입고 자폭할 때 함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의 윌리엄 헤이그 외교부 장관은 “작전이 무리했던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자 “노그로브에게 중대한 위험이 닥칠 것이라는 정보가 있어 미국과 구출 문제를 협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아프간에서 활동했던 영국 특수부대는 탈레반에 납치된 뉴욕 타임스 기자 스티븐 파렐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도 헬기로 은신처를 습격하는 작전이 펼쳐졌다. 이때 파렐은 무사히 구조됐으나 그의 취재를 돕다 함께 납치된 아프간 현지인은 사망했다.

2007년에는 한국의 기독교 단체 회원 23명이 봉사 활동을 펴다 납치돼 그중 두 명이 살해되는 등 아프간에서는 외국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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