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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자극 3시간, 근육·관절 풀어주니 다음날까지 온몸 가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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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20면

경기 여주의 골프장 ‘해슬리 나인브릿지’에 위치한 스파 ‘리안’의 욕조에 기자가 발을 담그고 있다. 신인섭 기자

찾아간 곳은 경기도 여주의 한 골프장. 프라이빗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회원만 출입 가능하다. 그래서 이곳에 위치한 스파 ‘리안’의 이용객도 제한적이다. 평일 오후라 손님은 없었다.

고란 기자가 체험한 ‘토털 케어’ 스파의 세계

스파는 오감(五感)을 깨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스파 건물 그 자체다. 시각(視覺)이 트였다. 리안의 김연숙 대표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시게루 반 등이 골프장을 설계했다”며 “처음부터 스파를 염두에 두고 ‘휴(休)’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리안은 호텔·리조트 등의 스파에 관해 컨설팅을 해주고 일정 기간 직접 운영을 맡기도 하는 업체다.

사진 위부터 차례로 1 스파 ‘리안’에서 사용하는 마사지 오일. 2 김연숙 리안 대표가 기자의 얼굴에 팩을 붙이고 있다. 3 정예영 이사가 기자 목 뒤의 경혈점을 자극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로비에 앉자 따뜻한 차가 나왔다. 쌉싸름하면서 감칠맛이 돌았다. 미각(味覺)이 살아났다. 몸이 안에서부터 데워졌다. 실내에 흐르는 은은한 음악은 곤두선 청각(聽覺)을 달랬다.

여러 가지 스파 코스 가운데 이곳의 대표 프로그램인 ‘리안비’를 골랐다. 총 세 시간이 걸리는 종합 코스다. 가격은 30만원. 순간 드는 생각은 ‘비싸다’와 ‘길다’.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일단 판단은 세 시간 뒤로 미뤘다.

샤워실로 갔다. 네 개의 개인별 샤워부스가 벽면에 설치돼 있었다. 욕조는 가운데 있었다. 스파 하면 떠오르는 건 ‘물’. 해수탕·약초탕 등 다양한 ‘탕’이다. 그런데 욕조가 하나라니…. 원래 이런 거냐고 묻자 김 대표가 설명했다. “스파가 예전에는 물을 이용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걸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최근에는 마사지를 포함한 미용 분야로까지 개념이 넓어졌다”고. 요즘엔 스파 효과를 높이는 음식까지도 포함한단다. 지난여름 김 대표는 제주에서 스파와 음식을 연계한 ‘스파 파티’를 선보이기도 했다.

욕조에서 10분이 지났을까. 기분 좋은 나른함이 몰려올 즈음 마사지실로 향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세라피’다. 법적으로 마사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맹인뿐이다. 그래서 스파에서는 세라피라고 말한다. 서울 시내 즐비한 여성용 마사지숍은 ‘에스테틱’으로 불린다.

방 안에는 얼굴 부분이 뚫린 마사지 침대가 보였다. 구멍에 얼굴을 향하고 엎드렸다. 접시물에 담긴 꽃잎이 눈에 들어왔다. 미세하게 떨리는 꽃잎에 눈이 편안해졌다.

시작은 발바닥이다. 발바닥은 인간 신체 장기의 축소판이다. 몸의 어떤 부위가 아플 때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발바닥에 침을 놓기도 하지 않나. 가장 낮은 곳에서 고생하는 발바닥에서 치료(세라피)를 시작하는 것,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지 싶다.

내 몸을 누군가 만진다는 긴장감은 이내 사라졌다. 발바닥의 촉각(觸覺)이 살아나며 문자 그대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왼쪽을 끝내고 오른쪽 발바닥을 주무르자 통증이 느껴졌다. “더 세게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세라피스트 경력이 20년 가까이 된다는 정예영 이사는 “똑같다”고 답했다. 그는 “평소 오른쪽 발에 체중을 실어 짝발로 서면 그쪽 혈이 막혀 더 아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종아리. 보통 종아리의 뭉친 근육은 종아리를 직접 문질러 푼다. 이곳은 달랐다. 정 이사는 무릎 관절을 자극했다. 특히 관절 안쪽을 누를 때는 아픔이 상당했다. 그는 “림프절이 뭉쳤기 때문”이라며 “이걸 풀어줘야 근육도 자연히 풀린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쓰는 마사지 방법은 김 대표가 고안한 방법이다. 그는 제주 마을마다 있는 ‘체내림 할망(아픈 곳을 손으로 만져 고쳐주는 할머니)’들의 민간 치료 요법을 어깨너머로 배워 새로운 마사지법으로 발전시켰다. 경혈점에 진동을 줘 피부 근육 안쪽까지 풀어주는 방법이란다. 왼쪽 다리를 끝내자 정말 오른쪽에 비해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제 마사지의 하이라이트, 골반입니다.” 정 이사가 말을 마치자마자 왼쪽 골반을 눌렀다. 아까와는 강도가 다른 통증이다. 발바닥과 무릎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1이었다면 골반은 10에 가까웠다. 뼈를 그대로 건드리는 느낌이다. 참는다고 참는데도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정 이사가 말을 잇는다.

“골반이 많이 틀어졌어요. 골반 뼈의 림프절이 막히면 다리가 쉽게 붓죠. 이걸 풀어줘야 부기가 빠집니다.”

드디어 정 이사의 손놀림이 멈췄다. 양쪽 엉덩이를 손으로 만져 보란다. 차이가 확실했다. 마사지를 받은 왼쪽 엉덩이가 확실히 올라간 느낌이다. 이 정도면 ‘힙업(hip-up)’용 속옷을 입거나 운동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문제는 효과가 오래 못 간다는 점. 정 이사는 “마사지로 림프절을 뚫어줘도 스트레스나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다시 막힌다”며 “한두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은 꾸준히 받아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목과 어깨. 정 이사가 어깨를 만질 때마다 ‘우두둑’ 소리가 났다. 원래 왼쪽 어깨에서 소리가 났다. 5년 전쯤 MRI 촬영까지 했지만 병원에선 별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정 이사는 “어깨 통증을 호소하던 분이 우리 마사지를 받고 나았다”며 “시간이 없어 새벽 6시 특별 요청을 해서라도 꼭 받곤 한다”고 말했다.

뒤쪽을 마치고 바로 누웠다. 정 이사의 발을 보니 맨발이었다. 발소리를 듣지 못했던 게 이유가 있었다. 왜 맨발이냐고 물었더니 “땅의 파동이 그대로 손을 타고 손님에게 전해져야 한다”며 “발소리도 손님들께 거슬릴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얼굴 부분은 김 대표가 맡았다. 마음을 진정시킨다는 라벤더 오일 향기가 코를 감쌌다. 후각(嗅覺)이 살아났다. 필링으로 각질을 제거하고 마사지를 한 뒤, 팩으로 마무리했다. 마지막에 팩을 떼어내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사진부 기자가 ‘와!’ 하는 탄성을 뱉었다. 피부빛이 환해졌단다.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얼굴 마사지를 하는 사이 배와 다리 앞쪽은 경력이 짧은 직원이 맡았다. 정 이사나 김 대표와 손길과는 달랐다. 정 이사는 “실제로 내가 직접 하면 50% 정도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말했다.

세 시간이 어찌 갈까 싶었는데 벌써 지났단다. 밖으로 나오는데 정말 몸이 가벼웠다. 다음날 아침에도 가뿐했다. 평소 트레드밀 위에서 걷기를 할 때 시속 6.5㎞로 걷기도 벅찼지만 이날은 7㎞도 가뿐했다. 다만 배는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난 후 땅기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까지였다. 가볍던 몸은 이틀이 지나자 이내 무거워졌다. 다시 아침 트레드밀의 시속 6.5㎞ 속도가 버거워졌다.



스파는 국내에서 아직 대중화가 덜 돼 있다. 스파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스파 10계명’을 소개한다. 강남규 기자

1 내 몸과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육체 피로에 초점을 맞춘 스파를 받아봐야 효과를 얻기 힘들다.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받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2 스파 전 음식을 가려 먹어라
스파 효과를 충분히 만끽하기 위해서는 며칠 전부터 섭생에 신경 써야 한다. 지나친 당분이나 카페인, 알코올 섭취는 자제하는 게 좋다. 붉은 살코기도 먹지 않는 게 독소 제거에 좋다.

3 소통에 노력하라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분명히 말해야 한다. 스파 효과는 세라피스트와 얼마나 소통을 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4 시간 여유를 가져라
여유가 스파의 핵심이다. 촉박하게 달려와 스파한 뒤 허겁지겁 돌아가는 것은 금물이다. 스파 직후에는 1시간 정도 안정을 취해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

5 서비스 특성을 파악하라
스파는 계속 진화한다.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되곤 한다.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미리 알아야 선택할 수 있다.

6 세라피스트 성별·체격도 따져라
스파는 세라피스트의 성별과 체격 등에 영향을 받는다. 무조건 강하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부드럽다고 모두 훌륭한 것도 아니다.

7 물을 많이 마셔라
스파를 받기 전후뿐 아니라 받는 동안에도 틈틈이 물을 마시는 게 좋다. 물을 충분히 흡수한 몸은 스파 트리트먼트에 한결 빠르게 반응한다.

8 스스로 노력하라
스파 세라피스트에게 몸을 맡기고 가만 있어서는 안 된다. 세라피스트의 손놀림 등에 호흡을 맞추며 스스로 노력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9 붐비는 시간은 피하라
모든 사람이 스파를 원하는 시간은 오히려 좋지 않다. 다음 고객이 기다리고 있어 세라피스트의 손놀림이 성급해지면 서비스를 받는 사람만 손해다.

10 요금은 미리 지불하라
세라피스트가 은근히 부가 서비스를 판촉하는 경우가 있다. 요금과 10~15% 팁을 미리 지급하면 이런 마케팅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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