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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협력업체 관련 업무 집중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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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국세청이 5일부터 롯데건설에 대해 벌이고 있는 세무조사에 재계와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조사는 대기업들이 5년에 한 번꼴로 받는 정기세무조사와는 규모와 대상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정기조사는 10여 명의 조사관이 사전통보 후에 벌이는데 이번 조사는 예고 없이 80여 명이나 투입됐다. 특히 심층·기획 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맡았고, 롯데건설의 협력업체들까지 함께 조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무엇 때문에, 어떤 범위로’ 롯데건설을 조사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건설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원들이 가장 먼저 ‘협력업체 관련 업무를 맡은 부서가 어디냐’고 물은 게 특이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롯데건설을 본보기로 조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상생을 강조한 이후 롯데건설 등 일부 건설업체들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한 투서나 제보가 청와대 등에 잇따르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13개 대형 건설사가 거느린 협력업체는 5000곳이 넘는다. 비자금 조성이나 세금 탈루가 주로 협력업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국세청이 협력업체 관련 사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즉 건설업계 특성상 거래관계에서 확실한 ‘갑’의 위치인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불공정거래를 강요해 허위 또는 과대 세금계산서 발행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탈루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란 얘기다.

협력업체를 함께 조사하는 것은 2005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건설업체인 대림산업을 세무조사할 때의 ‘학습효과’ 때문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당시 조사4국은 대림산업에서 특이한 탈루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자 협력업체를 추가로 조사해 대림산업에 314억원을 추징했다.

재개발·재건축 수주 비리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롯데건설의 시공능력 순위는 7위지만 최근 서울에서 공사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 재개발·재건축 수주 실적은 올해 업계 2위다.

건설업계는 조사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불공정 거래를 잡기 위한 것이라면 다른 건설업체들에까지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의 후폭풍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 협력업체인 D건설 사장은 “2005년 대림산업 세무조사가 7개월간 이어지면서 협력업체 몇 곳이 문을 닫았다”며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데 이번 세무조사로 더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롯데건설에 이어 아주캐피탈에 대해서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6일 “5일부터 국세청 직원들이 회사로 찾아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무조사의 성격과 이유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주캐피탈은 아주그룹 계열사로 1994년 설립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자동차 할부금융을 중심으로 산업재·일반장비에 대한 금융서비스, 개인·기업대출, 투자금융까지 전 분야의 여신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김종윤·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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