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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헤리티지 일본은 마쓰시타 한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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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보수진영에 60∼70년대는 패배의 연속이었다. “정치 권력이 필요하다. 또 열성적으로 길러내야 한다”(루이스 파월)는 자각이 있었고 곧 헤리티지재단이 설립됐다.
2차대전 직후 프랑스 재건을 고심하던 드골 대통령은 “국가엔 유능하고 능률적인 사람들이 필요한데 수적으로만 아니라 질적으로 결핍”이라고 진단했다. 프랑스 정치엘리트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가 출범했다. 70년대 오일쇼크를 맞은 일본의 기업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마쓰시타전기 설립자)는 “일본엔 정치가 없다.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본이란 배엔 사공이 필요하다”는 해법을 찾았다. 마쓰시타정경숙을 만들었다.

국가 위기상황에선 정치리더십이 절실하다. 선진국들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일류국가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정치리더십을 체계적으로 기르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대에 머무른 게 16년째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 흔들리며 2만 달러 시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와 특채 논란에서 드러났듯 기성 엘리트들은 리더십의 기본인 도덕성에서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률이나 의학 분야처럼 정치에서도 체계적인 인재 양성 과정(아카데미)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세일 이사장은 “개인적 소양부터 소통 능력까지 갖춘, 제대로 된 인재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도 “70~80년대엔 육사, 90년대 이후엔 운동권 출신이 정치인으로 충원됐다”며 “그나마 20대부터 나름 정치적 훈련을 거친 사람들인데 이젠 그런 ‘통로’마저 없어졌다. 앞으론 제대로 정치교육을 받고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강원택(정치외교학) 교수는 “정치를 모르는 외부인사의 영입에 대해 국민이 처음엔 ‘신선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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