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북시대] 상속·상업·재정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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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상속법=헌법 제24조(국가는 개인 소유를 보호하며 그에 대한 상속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에 따라 신설됐다. 주목되는 조항은 상속 대상의 재산을 명기한 제13조다.

구체적으론 ▶노동에 따른 분배로 갖게된 재산 ▶국가 또는 추가적 혜택에 의하여 이루어진 재산 ▶개인부업에 의하여 이루어진 재산 ▶살림집.도서.화폐.저금.가정용품.문화용품.생활용품.승용차 ▶각종 재산상 청구권과 채무 등이다.

특히 상속 대상에 주택을 포함시킨 것은 앞으로의 경제개혁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 민법(1999년 3월 개정)은 지금까지 개인 소유권 범주에 주택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개인 소유권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이는 또 90년대 초반부터 개인들 사이에 이뤄진 국가 소유 주택의 암거래를 현실로 인정, 국가 소유 주택에 대한 임대 권리를 상속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앞으로 토지.건물 등의 부동산에 대한 권리 상속권까지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된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7.1 조치 이후 국가 소유의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는 음식점.당구장.노래방.여관 등 개인 업소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상속법 채택은 '국가 소유제'에서 '개인 소유제(사유 재산제)'로 넘어가는 과도적 단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상속 재산의 범위가 자본주의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아직까지 제한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상속법 제정은 그동안 북한이 상속을 자본주의 요소로 간주, 부정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상속 자체를 인정하고 이를 법으로 공포한 것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 상업법=42조에 '청량음료는 필요한 곳에 청량음료점과 간이매대.이동매대 같은 것을 차려 놓고 판매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는 7.1 조치 이후 평양 등 대도시의 길거리에서 판매대 없이 청량음료를 판매하는 무질서한 현상이 급증함에 따라 위생 및 도시미관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재정법=주목할 만한 개정안은 "기관.기업소.단체는 화폐자금을 생산경영활동, 인민적 시책비 같은 목적에 합리적으로 써야 한다"는 29조다. 이는 "기관.기업소.단체는 화폐자금을 예견한 대로 써야 한다. 재정계획에 예견한 범위를 초과하여 화폐자금을 쓸 수 없다"는 기존 조항의 모호한 예산 사용 규정을 보완한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은 7.1 조치 이후 기관.기업소.단체에서 독립채산제가 강화됨으로써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최소화해 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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