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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D 요격 시험 또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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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이 14일(현지시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미사일 요격 시험에 실패했다고 미군 당국이 밝혔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번째 실패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구상했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MD시스템 구축 완료를 선언할 예정이었다.

◆ 요격 실패=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태평양 마셜군도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시험기지에서 요격용 미사일이 가상 목표 미사일을 향해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릭 레흐너 MDA대변인은 "1차 조사 결과 요격미사일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발사 기지의 지상 지원장비가 고장 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험 당시 모의탄두를 장착한 가상 목표 미사일은 오전 1시22분 미국 알래스카주 코디액섬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그러나 요격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아 가상 목표 미사일은 태평양에 떨어졌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15일에도 MD 구축을 위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으나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요격미사일 발사가 중단됐다.

◆ 차질 불가피=두달 사이 연속으로 요격미사일 시험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MD 체제 구축에 대한 미 의회와 언론 등의 비판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향후 5년 동안 500억달러(약 51조원)가 더 투입될 예정인 이 사업이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금까지 요격미사일 시험만 10차례 실시했으나 그 중 다섯 번만 성공했다. 이번 실패에 충격을 받은 국방부는 아직 추후 시험일정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향후 계획=MD 체제 구축은 부시 대통령 취임 1기 당시의 핵심 과제였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며 MD 체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MD 체제 구축은 당초 예정보다 10개월가량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기지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각각 6기와 2기의 요격 미사일을 배치했다. 미국은 올해 안에 알래스카에 요격미사일 10기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유럽 지역에도 10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잇따른 MD 시험 실패에 따른 예산삭감으로 이 사업의 완료시점은 2010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MDA 예산을 올해의 88억달러보다 10억달러 줄어든 78억달러로 편성했다. 백악관은 향후 6년 동안 MD 관련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50억달러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MD 체제를 중장기 방위정책의 근간으로 하기 위해 이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지대공유도탄 패트리어트3(PAC3)와 해상 배치용 SM3 신형 등을 주축으로 한 MD 시스템을 배치완료하는 데 1조엔(약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방침이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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