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한마리 온실효과 자동차의 75% 수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교토의정서가 16일 발효되는 것을 계기로 농촌진흥청에 이색적인 과제가 떨어졌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진 소의 트림과 방귀 양을 측정하고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농진청 축산연구소 강수원 박사는 "밀폐된 공간에서 소의 트림과 방귀에 포함된 메탄 가스 등을 측정하는 실험 시설을 갖추고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가축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메탄 발생량을 줄이는 사료나 미생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의 트림과 방귀에 포함돼 있는 메탄(CH₄)은 공장의 굴뚝이나 자동차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CO2)보다 지구온난화 효과가 훨씬 크다.

비육우 한 마리가 연간 배출하는 메탄의 양은 40~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메탄의 온실효과는 연간 2만㎞를 주행하는 휘발유 승용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75%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사육되는 소가 216만6000두(지난해 말 기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양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1년 기준으로 한국이 배출한 전체 온실가스의 0.4%는 소.염소 등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 뿜어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심각성 때문에 축산 선진국인 뉴질랜드에서는 가축에 대해 '방귀세'를 부과하려다 축산농가의 반발로 무산됐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