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S ‘영역 불가침 협정’기한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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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 2004년 LG그룹과 GS그룹은 분리되면서 ‘상대방의 주력 사업은 당분간 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었다. 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대체로 5년 정도로 추정했다.

지난 7월로 그룹 분리 6년을 맞은 두 그룹의 ‘불가침 협정’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LG의 100% 자회사인 서브원이 주목 대상이다.

서브원은 최근 일본의 유명 산업플랜트·엔지니어링 업체인 도요 엔지니어링과 합작한 ‘LG 도요 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고 30일 밝혔다. 서브원과 도요 엔지니어링이 70대30의 비율로 투자한 이 회사는 초기 자본금 100억원 규모로 LG화학의 환경 플랜트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서브원이 일본 업체와 제휴해 플랜트·엔지니어링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것에 대해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2년 LG유통에서 분리한 서브원은 구매대행사업(MRO)이 주축이었지만, 최근에는 시공을 포함한 건설관리(CM) 부문의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 8세대 라인 증설과 관련된 공사를 비롯해 모두 40건의 그룹 공사 계약도 체결했다. 다음 달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LG 트윈타워의 리모델링 주관사도 서브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브원은 올 초부터 30여 명 이상의 업계 베테랑 플랜트 인력을 끌어들이며 규모가 큰 플랜트·엔지니어링 영역으로 업무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그룹 공사 물량을 계속 GS건설에 넘길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서브원을 중심으로 LG가 건설 역량을 키워 나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합작한 도요 엔지니어링이 환경 플랜트 부문의 설계·감리 업체”라며 “플랜트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의 공장 플랜트와 엔지니어링·클린룸 등을 맡아온 GS건설은 지난해 매출 중 LG그룹 관련 물량이 19%에 달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LG화학 프로젝트는 GS건설 수주 기준으로 비중이 1%도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GS건설의 앞선 기술과 노하우 때문에 두 그룹의 협력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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