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인 3명 석방 … 일본, 정상회담도 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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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주 보고 달리던 중국과 일본이 서로 조금씩 물러설 기미를 보이면서 양국 관계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체포했던 일본인을 일부 석방하고, 일본은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한 것이 계기다. 하지만 양국 국민 간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허베이(河北)성에서 군사시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체포했던 일본 업체 직원 4명 중 3명을 30일 석방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들 3명은 중국의 군사시설 지역 침입행위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1명은 중국 법에 따라 조사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일본인 4명은 지난달 20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중국에 버린 화학무기 회수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현지를 답사하다 당국에 체포됐다. 당시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은 혐의로 잔치슝(詹其雄) 선장이 일본에서 구속돼 있을 때였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체포된 것은 중국의 보복 차원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상은 30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외교 루트를 통해 3명의 일본인을 석방한다는 통보가 있었다”며 “중국 측에 나머지 한 명의 조기 석방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일본인 일부를 석방한 것은 양국 관계의 파국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도쿄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30일 “다음 달 1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확대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이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에게 중·일 방위장관 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정상회담도 타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은 다음 달 초 벨기에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 간의 화해 움직임과 달리 중·일 민간의 감정은 여전히 냉랭하다. 홍콩 봉황TV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탄 버스가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일본 우익 세력들로부터 발길질과 욕설을 당하는 사건이 지난달 29일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160명의 우익 단체 회원이 60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포위했다 경찰이 출동하는 바람에 20여 분 만에 해산했다”고 전했다.

교토(京都)에서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의 일본 유학을 기념해 세운 시비(詩碑)에 누군가가 스프레이를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보도했다. 양국 갈등으로 중국인의 일본 관광도 크게 줄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항공(JAL)의 중국인 고객 1000명이 항공권을 취소했고, 전일본공수(ANA)도 3500명의 중국인이 최근 예약을 취소했다.

도쿄·베이징=박소영·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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