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중·일 영토 대결로 배울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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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그런데 이번에 중국은 힘으로 일본을 압박해 센카쿠열도가 분쟁지역임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중국의 힘의 공세에 놀라 억류한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고 말았으나 중국이 이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자 거부할 의사를 밝혔다. 중국에 사과를 하고 배상요구까지 받아들인다면 결국 센카쿠열도는 중국 영토임을 일본 스스로 인정하는 꼬투리가 되므로 일본은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맞섰다. 양국수뇌 간 대화를 거부한 중국에 대해 일본은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와 같은 국제무대에서 센카쿠열도가 일본 섬임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작전을 택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했고, 힘에 의한 압박을 서서히 풀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센카쿠열도에 대한 일본 영유권의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주장할 경우 이에 맞설 만한 역사적·국제법적 증거가 현 시점에서는 일본보다 부족하다는 사실을 중국 측이 고려한 모양이다. 일본은 외무성 사이트를 통해 센카쿠열도가 일본의 고유영토임을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항하는 중국이나 대만 측의 논리는 아직 일본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제무대에서 센카쿠열도 문제가 중·일 간의 논리적 대결로 이어질 경우 일본 측에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 까닭에 중국이 일본과 맞대결을 피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독도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일 간 독도 문제가 심한 갈등을 빚게 되면 최악의 경우 일본이 국제무대를 이용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논리를 펴 나갈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독도 논리에 억지라는 딱지를 붙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문제는 힘이나 큰 소리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조용하게 정당한 논리를 펼 수 있는가다. 독도 문제 전문가들은 철저한 연구를 하고 한국 정부는 연구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일본 측의 어떤 논리적 도전에도 충분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제 중국에 자극을 받아 일본의 우익단체가 예전처럼 독도 수역을 침범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한·중 간에는 제주도 남쪽에 위치한 이어도를 둘러싼 갈등이 있다. 이 문제도 외교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역사적·국제법적인 논리로 풀어야만 한다. 동남아 국가들과도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이어도 문제로 한국도 힘으로 압박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언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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