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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VIETNAM] 상. 중국보다 싸고 좋은 '손기술'이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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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은 베트남을 성장잠재력이 큰 나라로 평가한다. 한국 기업들이 몰려간 중국보다도 인건비가 저렴하다.

섬유·신발업체의 월 평균 임금은 60달러 정도로 중국의 70∼80%에 불과하다.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이 540달러에 불과한 후진국이지만 원유·철광·석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고 있다. 또 최근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 세계 신발 수출 2위국에 올라섰고 쌀·커피·고무의 생산·수출량도 세계 5위 안에 든다. 게다가 베트남의 인구가 8000만명을 웃돌고 아시아에선 중국 다음으로 경제성장률(연평균 7∼8%)이 높아 내수 시장의 성장잠재력도 대단하다. 한국 기업이 중국보다 나은 생산기지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베트남을 누비는 한국 기업의 활약상을 두차례에 걸쳐 소개 한다. 다음엔 '베트남에 수출하는 한국의 건설산업' 편이 실린다.

***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박연차(60.사진) 태광실업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중 한 명이다. 노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의 거제도 땅을 사준 인연도 있다. 지난해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노 대통령이 이 회사의 베트남 공장을 방문하려 하자 박 회장은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며 사양했다. 지난달 29일 호찌민시 인근에 있는 공장에서 그를 만났다.

-왜 베트남에 진출했는가.

"1980년대 말부터 신발산업은 사양산업이라며 찬밥 대우를 받았다. 인건비가 치솟아 한국에선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때 마침 베트남과 수교가 이뤄졌다(92년). 60년대 베트남전에 참전했었는데 이때 베트남 사람들을 눈여겨봤다. 손끝 기술이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아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베트남 투자를 결정했다."

-중국 칭다오(靑島)에도 공장이 있다. 어느 쪽이 더 나은가.

"베트남 공장이 더 효율적이다. 법과 제도는 중국이 더 잘돼 있지만 베트남도 지원을 많이 해준다. 중국 공장은 더 키울 생각이 없지만 베트남 공장은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너도나도 해외로 나가는 바람에 국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걱정도 있다.

"해외로 안 나갔으면 우리는 지금쯤 구멍가게로 전락했을 것이다. 우리가 나오자 삼양통상 등 다른 업체들도 따라 나와 한국 신발산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본사는 연구개발기지, 베트남과 중국은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공장이 잘되면 본사의 연구개발 인력을 그만큼 더 충원할 수 있다."

-나이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신발을 공급하고 있는데 독자 브랜드를 만들 생각이 없는가.

"우리가 만드는 신발의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나이키가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개인 주문용 신발은 만들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사양대로 만들고, 이름도 신발에 새겨 5일 내에 배달해준다. 지난해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이 신발을 만들어줬더니 매우 기뻐하더라. 이런 신발은 아무나 못 만든다."

호찌민=김영욱 기자

*** 호찌민서 만난 한국인 사장

부동산·미용실·휴대전화수입… 일거리 널려있어

"한국에서만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 마라. 해외에도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만난 이영훈(32.사진) 다이민(大明)사장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같이 충고했다.

지방대(부산 외국어대)출신인 그는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하고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성이 안 차 2001년 베트남에 둥지를 틀었다. 맨손으로 출발했지만 대학 전공(베트남어)을 십분 살려 현지에서 자본금 30억원 규모의 기업을 일궜다. 베트남에 부동산 열풍이 이는 것을 지켜보고 부동산 개발에 뛰어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자금이 없었던 그는 처음에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공장을 짓거나 주택단지를 개발하려 할 때 도움을 주는 컨설팅을 했다. 대학 시절 뻔질나게 베트남에 들락거리면서 맺은 현지인들과의 인연이 큰 도움이 됐다. 여기서 돈을 번 이 사장은 아파트와 상가 건설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레저산업이 초창기인 점을 감안, 호찌민 인근의 푸꾸옥 섬 등 경치 좋은 곳에 약 10만평의 땅을 사놓았다.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리조트 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또 한류 바람으로 베트남 여자들이 한국인의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고 미용실 사업에도 손을 댔다. 한국에서 미용실을 하다가 태국에 진출해 성공한 헤어아트와 합작으로 좌석 200석 규모의 대형 미용실을 건설 중이다. 이 미용실은 오는 6월 개업한다.

호찌민에서 한국산 금고와 휴대전화를 수입.판매하는 배경수(33) 엔티디텔레콤 사장도 한국에서의 좌절을 딛고 일어선 청년 사업가다. 그는 "전남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퇴학당하자 앞날이 막막했다"며 "1996년 800달러를 들고 무작정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말했다. 대우전자 베트남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면서 경력을 쌓은 그는 금고 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독립했다. 또 2년 전부터 운동권 선배인 이철상 브이케이 사장의 권유로 휴대전화를 수입.판매하고 있다. 금고는 장사가 잘돼 현지 생산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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