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품 품질·납기 일본과 차이 없어” 도요타·혼다 등 90여 개 업체 구매상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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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도요타·닛산·혼다 등 11개 완성차 업체와 기계·플랜트, 금형, 전기전자 분야 등 총 90여 개 일본 기업이 한국에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대거 방한했다.

29~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산업기술페어 2010’ 행사에서 일본 기업들은 품질·납기준수·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부품업체로부터 조달을 늘리기 위해 상담회를 열었다.

한국 중소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돕고 양국 간 기술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올해가 세 번째로 지식경제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동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산업기술페어 2010’에서 양국 기업인들이 한국 부품·소재를 일본 기업에 공급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주관은 한·일 정상 간 합의에 따라 1992년 설립된 한일·일한 산업기술협력재단이 맡았다.

이날 개막식에는 지경부 박영준 제2차관과 일본 경제산업성 마쓰시타 다다히로 부대신, 김희용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동양물산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산업기술협력재단 이사장(전 미쓰비시상사 회장)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차관은 “수교 당시 2억 달러이던 한·일 무역 규모는 지난해 712억 달러로 350배 이상 증가해 양국은 서로에게 세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라며 “이번 행사에는 도요타·혼다·도시바 등 일본 대표기업들이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방한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사키 이사장은 “최근 한·일 관계는 셔틀외교로 불리는 정상 간의 활발한 교류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위한 협의 등 미래를 위한 폭넓은 유대 관계를 쌓고 있다”며 “산업기술페어를 통해 양국 기업이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광훈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전무는 “한·일 무역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은 부품·소재 분야”라며 “이번 행사는 독자적인 시장 조사나 마케팅 능력이 약한 양국 중소기업들이 얼굴을 맞대고 협력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성황 이룬 상담회=일본에선 자동차 및 부품소재업체 구매담당과 기술자 200여 명이, 국내 중소기업에선 300여 명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회사별로 마련된 70여 개의 상담실에서 50분 단위로 국내 업체와 부품조달 상담이 이뤄졌다. 이날 상담액수만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재단 측은 전망했다.

일본 1위 완구업체인 반다이의 창구는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볐다. 195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5조1500억원(3785억 엔)에 달한다. 남자어린이용 완구사업부 설계팀의 오가와 마코토는 “한국 부품의 품질은 일본과 거의 비슷하지만 중국은 업체에 따라 품질이 일본의 50% 수준인 것도 있다”며 “한국에서 그동안 발광다이오드(LED)·합성수지(ABS) 등을 구매했고, 조달을 더 늘리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내장재 등을 만드는 미노리공업주식회사는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부직포 원단 등을 구매하러 왔다. 이 회사의 사나다 세이고 상무는 “한국 제품의 가격은 일본 제품의 80% 정도이지만 품질에선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도요타의 2차 협력업체로 금형 전문인 기후타다세키의 다다 노리오 영업총괄본부장은 “한국 금형업체들이 기술과 품질에서 일본의 95% 이상 쫓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양국 간 무역·기술 협력에 공로가 큰 경인정밀기계·엠투소프트·한국오에스지·광주인탑스·산와전기제작소 등 5개 기업과 섬진피에이치텍 안흥주 대표, 시바타기술사사무소 시바타 쓰토무 소장에게 한·일산업협력상이 수여됐다.

글=김태진·김선하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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