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공급 급감 전세난 부채질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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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서울 재개발·재건축 구역에 짓는 수만 가구의 아파트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의 전세난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국토해양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관리처분인가(일반아파트 분양승인과 같은 절차)를 받고도 분양(착공)하지 못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30여 곳이며 가구 수로는 3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왕십리·가재울 등 뉴타운에서 1만6000여 가구, 일반 재개발과 재건축 구역에서 각각 1만6000여 가구, 2800여 가구다.


이들 구역은 대부분 2008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으나 2년이 지나도록 분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관리처분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주택경기가 지금처럼 나쁘지 않아 사업이 잘 진행됐었다”며 “하지만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이 떨어지자 조합마다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마포구의 한 재개발조합장은 “집값이 떨어질 때 분양하면 (일반분양) 분양가를 비싸게 받을 수 없어 조합원 부담만 늘어난다”며 “분양 지연에 따른 부담이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하는 게 낫다는 게 조합원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주택 공급 물량도 갈수록 줄고 있다. 올 들어서는 8월 말 현재까지 1만 가구 정도만 분양됐다. 이는 서울시가 연초 목표로 했던 공급량(4만여 가구)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 주택정책팀 송호재 팀장은 “서울에는 집을 지을 땅이 모자라므로 주택 공급의 상당 부분을 재개발·재건축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당초 올해 목표로 했던 공급량의 절반이 넘는 2만5000여 가구를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었다.

분양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내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확 줄어든다. 내년 서울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1만7800여 가구로 올해(3만1300여 가구)의 56% 정도다. 2012년에는 9500여 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지금도 서울의 전셋집 부족 현상이 심각한데 내년부터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수요자들의 소득 수준 증가,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멸실 등을 고려하면 서울에선 매년 3만~4만 가구가 공급돼야 주택시장이 안정을 유지한다”며 “지금처럼 수급 차질이 이어지면 전셋값은 물론 집값마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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