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시아 경제협력 20년] 철도·녹색·에너지 실크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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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 간 경제교류는 1990년 양국 수교 이후 급증했다. 두 나라 교역량은 92년 1억9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99억8300만 달러로 약 52배 늘었다. 세계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8년의 교역량은 180억8800만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이 러시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엄청난 자원부국인 데다 북한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확인 매장량 기준으로 천연가스 세계 1위, 석탄 2위, 원유 7위의 국가다. 특히 천연가스는 세계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원유도 일평균 생산량이 998만 배럴에 이르러 세계 2위다. 또 금과 다이아몬드·철광·니켈 등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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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한반도가 러시아나 중국을 잇는 철도나 도로를 갖는다면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망을 가진 러시아가 북한을 경유해 남한의 철도망과 연결되면 남한~북한~러시아~서유럽을 잇는 철도망이 완성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이 개발되지 않은 북방의 대륙과 연결되는 순간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협력연구원(KIET)의 윤성학 박사도 “러시아가 남북한 협력을 이끌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 ‘3대 신(新)실크로드’를 제시하고 있다. TSR과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로 태평양에서 유럽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와 연해주의 광활한 농림지에 우리 영농기술과 경영체계를 접목하는 ‘녹색 실크로드’, 에너지 관련 자원 개발 협력을 통해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잇는 ‘에너지 실크로드’를 말한다. KOTRA는 ‘3대 신실크로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단순 상품 수출에서 벗어나 양국 교역을 이끌어갈 새로운 유망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규제와 인프라 부족, 자원 민족주의 정책은 경제 협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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