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 "한국외무 모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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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3일 워싱턴에서 CNN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주요 언론들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북핵 문제의 주요 당사국인 한국의 외교수장에게서 직접 듣기 위해서다. 반 장관은 13일 오후 CNN의 간판 앵커인 월프 블리츠와 생방송 인터뷰를 했다. 주요 방송사가 한국의 외교부 장관을 핵심시간대 토론자로 초청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다른 언론들도 반 장관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장관이 지난 11일 딕 체니 미 부통령과 만나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다음날 곧바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반 장관은 미 언론들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CNN과의 인터뷰에선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정보기관들의 판단"이라며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북한 상황에 대해선 "우리 정보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는 비교적 안정돼 있다"면서 조기 붕괴론을 부인했다.

반 장관은 지난 10일 워싱턴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보유 선언 사실을 몰랐다. 비행기가 태평양 상공을 통과할 때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핵 위기 때 한국의 외교수장이 때마침 워싱턴에 있었기 때문에 한.미 간의 불필요한 오해 소지가 줄어들고, 신속한 공조 대응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 언론의 초점을 받은 점도 큰 수확으로 분석되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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