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배당금이 우선" "상여금이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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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익이 많이 나면 직원에게 상여금을 줘야겠지요. 그런데 배당은 별로 늘지 않았습니다. 주주들을 푸대접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

개인투자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팍스넷에선 지난달부터 이런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상여금 지급으로 분기 이익이 많이 줄어든 삼성SDI.대한항공.삼성전기 등이 주요 표적이다. 대한항공의 한 소액주주(ID:jinyun)는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를 무시하는 인사들을 바꿔 버리자"고 했다. 12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올해 주주총회에선 상여금의 적정 규모를 놓고 소액주주와 기업 간의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이윤 배분(profit sharing)'이 화두가 될 것이란 얘기다. 소액주주들은 이익을 주주에게 더 많이 배분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기업들은 상여금 지급으로 직원의 사기가 높아지면 결국 주주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반면 최근 2년간 주총을 달궜던 경영권 공방은 주춤할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상여 대 배당=특별상여금은 예상보다 많았으나 배당은 크게 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1020억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배당총액은 171억원에 불과하다. 상여금 총액은 지난해 순익의 20%가 넘는데 배당 총액은 순익의 4%에 못 미친다. 삼성SDI도 지난해 기본급의 500%를 특별상여로 지급했으나 배당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어서 주주들의 실망감이 크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기.LG전자.삼성화재 등은 상여금 지급 여파로 실적이 나빠지면서 주가가 한동안 약세를 보였다. 이밖에 평균 1억4000만원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한 국민은행의 주총도 임직원에 대한 과다 보상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순익 대비 배당률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이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룹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상여 지급을 결정하다 보니 일부 기업에선 과도한 상여가 배당과 주가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현금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어 배당을 크게 늘리면서까지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도 상대적으로 기업들이 배당에 소홀한 이유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주주에 대한 이익 배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지난해 수천억~수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관리한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4분기 실적이 다소 나빴지만 지난해 전체 실적은 사상 최대 규모였기 때문에 상여금을 줬다"며 "상여금은 꾸준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돼 결국 주주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 경영권 공방 주춤=소버린자산운용과 SK그룹 간 경영권 분쟁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지만 강도는 덜할 것으로 보인다. 소버린은 새로운 안건을 제안하지 않고 지난해 제시했던 지배구조 개선안을 SK㈜가 다시 제안하는 형식으로 주총에 상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이 SK의 우호세력을 자처하면서 소버린의 공세가 약해졌다. 매년 반복되는 참여연대와 삼성전자의 일전도 예년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삼성카드에 대해 증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할 계획이지만 새롭게 부각시킬만한 이슈는 없다"고 밝혔다.

김영훈.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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