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행한 입양 남발 막을 법 개정 바람직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아들과 딸을 생판 모르는 남들에게 거짓 입양시킨 부모 수십 명이 2년 전 무더기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아파트 분양 시 무주택 다자녀 세대주에게 주는 혜택을 노린 사기극이었다. 이들의 자녀를 입양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곧장 파양(罷養)한 가짜 양부모들도 대거 걸려들었다. 친부모와 양부모가 합의해 신고서만 내면 간단히 입양 처리되는 현행 법제도상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나마 서류상으로만 입양과 파양이 이뤄졌으니 동심이 입은 상처는 덜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범죄자 등 부적격자에게 입양될 경우 아이들이 겪을 학대와 고초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입양 후 구걸에 동원되거나 성범죄의 피해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선진국들은 입양제도를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양부모의 자격을 엄격히 심사하고,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영한다. 입양 과정에서 어른들의 편리보다 아이들의 복리를 우선시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그간 국내 사정은 이와 동떨어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한국전쟁 이후 16만여 명이나 해외에 입양시킨 나라답게 각종 절차가 너무 손쉽고 허술했다.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지금껏 떨치지 못한 건 이런 제도적 문제 탓도 크다.

따라서 법무부가 국내외 입양 때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가정법원이 양부모의 입양 동기와 부양 능력, 범죄 전력 등을 심사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비로소 우리나라의 입양 패러다임이 어른 중심에서 아이 중심으로 달라지게 됐다.

하지만 이런 변화만으론 충분치 않다. 그간 입양인 모임과 미혼모 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듯, 입양보다는 양육을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는 게 근본적 해법이다. 가능한 한 친부모가 키울 수 있게 도와주되 입양은 불가피한 경우 차선책으로, 그것도 아이들을 위한 보호장치를 최대한 마련한 상태에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법 개정이 입양과 미혼모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