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페레로 그룹 필립 챈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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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시중에 나와 있는 초콜릿 가운데 페레로 로쉐의 브랜드.디자인.포장 등을 모방한 제품이 10여 종이나 된다. 대부분 중국의 가내 공장에서 질 낮은 재료로 생산한 것들이다."

유명 초콜릿 '페레로 로쉐'를 만드는 페레로 그룹의 필립 챈(54.사진) 아시아 지역 사장이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비슷하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대형 할인점 등에서도 버젓이 팔린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챈 사장은 상표권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지난해에는 한국 세관이 '페레로 로쉐'라는 상표에서 세글자 이상을 모방한 유사품을 압수.수색하려다 무산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샤넬.구찌 등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에 많이 알려졌지만, 페레로 로쉐의 경우 덜 알려졌기 때문에 상표만으로 유사품 판단기준을 삼기에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는 것.

챈 사장은 "올해 유사품을 수입.판매하는 업체들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내고,관련 기관에 대책을 요구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사품 문제에 민감한 이유에 대해 그는 "당장의 매출 감소는 큰 편은 아니지만, 조악한 유사품은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내려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레로 그룹은 페레로 로쉐가 특별한 날 주고받는 고급 선물로 자리잡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 고급화 전략에 맞춰 원료에서부터 생산.유통의 전 과정을 철저히 통제한다.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농장에 기술자를 파견해 품질 관리를 할 정도다.

챈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구매력이 높고 미각이 뛰어난 편"이라며 "최근 웰빙 열풍으로 초콜릿 소비가 약간 주춤거리고 있는데, 제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난관을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1946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페레로 그룹은 지난해 매출 70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 4위의 다국적 제과전문 기업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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