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은 천년은 써먹을 세계적 문화스타 … 국립미술관급 차원에서 연구 이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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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독일 쾰른 근교에 자리한 마리 바우어마이스터의 집에 모여 백남준을 회고하며 그의 재평가를 위해 각기 애쓰기로 뜻을 모은 사람들. 왼쪽부터 안느 마리 뒤게 프랑스 파리 1대학 교수, 독일의 전위예술가 마리바우어마이스터, 수필가이자 ‘백기사(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의 공동대표인 이경희씨, 이영철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 ‘백기사’의 발기인이자 언론인인 송정숙씨.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독일 전위예술가 마리 바우어마이스터의 목소리는 몇십년 전 이야기를 회고하면서도 힘을 잃지 않았다. 지난 12일 오후, 독일 쾰른 근교 한적한 전원주택의 식탁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백남준을 마음속에서 꺼내 서로에게 나눠주려는 ‘백기사(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들의 잔치였다. 마리가 예술공동촌처럼 꾸민 자연 속 오두막집에서 벌어진 이날 모임은 뒤셀도르프 ‘쿤스트 팔라스트’ 미술관에서 11일 개막한 ‘백남준 회고전’을 위해 오랜만에 뭉친 일종의 백남준 팬클럽 단합대회였다.

서울에서 간 이경희 ‘백기사’ 공동대표는 “유치원 친구라는 인연으로 맺어진 남준과의 지난 세월을 곱씹어보면 늘 축복이었다”며 “그가 작업실 삼아 일하던 차고, 늘 지나다녔던 거리와 건물들을 되밟아보니 백남준을 역사화하기 위한 우리들 노력이 얼마나 부족했나 싶어 가슴이 아린다”고 털어놓았다.

미디어 아트 전문가인 안느 마리 뒤게 프랑스 파리 1대학 교수는 “20세기 후반기 미술사를 정리하는 책이나 기획전에서 왜 백남준이 언급조차 안 되거나 홀대 당하는지 생각해볼 때”라고 말문을 열었다. 미래 세상을 내다보는 백남준의 혜안에 공감해 다른 서구 비평자와 달리 따듯한 시선을 보냈던 뒤게 교수는 “아마도 백남준을 둘러싼 서구 미술계와의 파워 게임에서 한국이 더 분발하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영철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우리는 이 백남준 전쟁을 국가 차원에서 해나갈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남준만큼 문명사 측면에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놓은 사람은 그동안 없었다”며 “세계적 문화스타인 그는 천년을 써 먹을 수 있는 인물이기에 국립미술관 급 지원과 차원에서 앞으로 그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쾰른(독일)=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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