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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T 융합시대 선도할 새 패러다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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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출근 시간에 승용차에 올라 음성인식 장치에 ‘내비(Navi)’라고 말하자 화면에 지도가 뜬다. 목적지를 얘기하자 스스로 조작 버튼이 작동된다.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해 가장 빠른 경로로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운전자가 손을 쓰지 않아도 차량 정지선 앞에서 저절로 멈추고, 신호등을 자동 체크하면서 움직인다. 화면에는 목적지의 정보와 날씨, 그날의 핫뉴스와 주식시황이 뜬다. 목적지 도착 후 자동 주차는 물론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미래형 자동차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첨단 자동차의 핵심 원천은 정보기술(IT) 융합이다. IT 융합은 조선·건설·의료·섬유 등 다양한 전통산업에서 이뤄져 새로운 혁신과 시장을 만들고 있다. 한 조선업체는 도크 현장에 센서와 무선통신·스마트폰으로 생산 현장의 화재나 독가스 유출 등의 사고를 실시간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IT 융합 시대의 주인공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창의적 IT 융합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대단한 기술도 소비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민·관이 함께 IT와 전통산업 간의 융합사업을 펼쳐 새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IT와 다른 산업 간 상호 이해를 높이는 ‘IT 융합 CEO포럼’ 같은 논의의 장(場)이 필요하다.

둘째, 인터넷 강국답게 IT 융합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IT 융합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관련 제품의 원활한 시장 출시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범정부 차원의 IT 융합 표준화 대응방안을 수립해 국제 표준 테스트베드(시험기지) 지원과 국제 표준화를 주도해야 한다.

셋째, 금융·세제 지원으로 창의적 IT 융합 기업을 격려해야 한다. IT 융합 기술을 개발할 때 벤처캐피털의 참여를 유도해 개발-테스트-상품 등 전 단계에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 외국 기업의 특허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 IT 융합 특허협의체 운영과 특허분쟁 컨설팅이 필요하다.

끝으로, 창의적인 IT 융합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대학의 IT 교육이 칸막이식 학과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야 제2의 스티브 잡스를 키울 수 있다. 공학·인문·경영이 융합된 다학제 교수법 등으로 창의적 연구 환경을 갖춰야 한다. 미국 MIT대 미디어랩 같은 융합형 연구조직이 그것이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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