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논란 글루코사민, 식약청선 “효능 인정된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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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회사원 조희석(41·경기도 성남)씨는 두 달 전 시골에 사는 노모에게 건강기능식품인 ‘글루코사민’을 사서 보냈다. 안부전화 때마다 ‘무릎이 아프다’고 한 말이 마음에 걸려서다.

열흘 후 노모는 “통증은 별로 안 가신다”고 불평했지만 조씨는 “좋은 건강식품이니까 조금만 더 드시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석 직전 ‘글루코사민이 효과가 없다’는 스위스 연구팀의 발표 내용을 전해 듣고는 “괜히 사드렸나” 하는 후회와 함께 “정말 효과가 없나” 하는 의문이 들게 됐다. 효도상품으로 인기 높은 글루코사민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효능 없다’는 주장과 ‘효능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최근 효능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영국의학저널(BMJ) 최근호에 실린 스위스 베른대학 페터 위니 교수팀의 연구 결과였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수행된 10건(대상자 3803명)의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글루코사민을 섭취했을 때 ‘임상적 관점에서 인정할 만한 효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결과가 알려지면서 일부 소비자가 글루코사민의 반품 의사를 밝히는 등 소동이 일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일 긴급 회의를 열었다. 심사숙고 끝에 식약청은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의 기능성(효능)을 계속 인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약청 오혜영 식품기준부장은 “글루코사민·콘드로이틴이 관절 보호 효과가 있다는 논문도 많다”며 “스위스 연구팀의 논문도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글루코사민은 현재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으로 시판이 허용돼 있다. 식약청이 글루코사민의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한 것은 2004년이다. 그 뒤 2005년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최명숙 교수팀에 글루코사민의 효능 재평가를 의뢰했다. 당시 동물실험과 인체시험으로 진행된 재평가의 결론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인체시험에서는 관절이 불편한 60여 명의 지원자를 세 그룹으로 나눈 뒤 글루코사민(한 번에 500㎎씩 하루 세 번)과 가짜 약(밀가루)을 석 달간 먹게 했다. 이 연구에서 글루코사민을 섭취한 그룹은 가짜 약을 먹은 그룹에 비해 관절이 부드러워지고 평지 걷기·계단 오르내리기의 항목에서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재평가 결과에 대한 해석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연구에 참여한 경북대 전선민 박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효능 연구에선 상반된 결과가 늘 있다”며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므로 글루코사민의 효과도 제각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짜 약과 가짜 약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장준동 교수는 “글루코사민은 관절염 치료약이 아니라 관절에 영양을 제공하는 건강기능식품일 뿐”이라며 “음식으로도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뇨병 환자는 복용하기 전에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글루코사민·콘드로이틴=연골을 형성하는 중요 성분으로 연골 손상의 회복을 돕고 연골세포 성장을 촉진시켜 관절 건강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을 보강해 준다는 글루코사민 보충제는 2008년 전 세계에서 20억 달러 가까이 팔렸다. 국내에서도 한때 1000억원가량 판매됐으나 효능 논란 등으로 현재는 시장이 3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된다.

효도선물 글루코사민 관절통에 효능? 엇갈린 주장

효능 있다

▶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가벼운 관절 이상 증상을 보이는 30~70세 남녀 60여 명 대상 연구, 글루코사민 투여 결과 관절 통증 개선(2006년)

▶중국 연구팀=45세 이상 무릎 관절염 환자 대상 연구, 글루코사민 제공 결과 무릎 통증·뻣뻣함 개선(2007년)

▶미국 마요 클리닉=무릎 관절염에 대한 글루코사민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홈페이지)

효능 없다

▶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관절 내부 공간의 폭이 0.9㎝ 이상 감소하면 임상적 관점에서 글루코사민 효과 인정. 하지만 글루코사민 섭취 그룹은 0.4㎝ 감소에 그침(2010년 9월)

▶ 한국보건의료연구원=글루코사민·콘드로이틴의 통증 완화, 손상부위 회복 효과 등에 대한 근거 찾지 못함(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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