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홍콩 '화려한 춘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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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띠 해를 주제로 한 설날 기획상품.

"고객의 요구에 따라 투명 비닐에 곱게 싼 현금을 넣기도 합니다."

춘절(春節.중국의 설)을 맞아 중국인들은 선물 돌리기에 바쁘다. 단순한 선물이 아니다. 현금을 직접 집어넣어 상대에게 건네는 선물법이 유행이다.

중국인의 식탁도 나날이 풍성해지고 있다. 백두산 산삼에 질 좋은 토종닭으로 끓여 낸 삼계탕이 포함된 최고급 저녁 식사까지 등장했다. 무려 18만8000위안(약 2440만원)이다. 청나라 중엽에 만들어진 특제 어주(임금이 마시는 술)가 포함돼 있는 8만8000위안(약 1144만원)짜리 식사도 나왔다. 중국 대도시에서 유행하는 설 전날 고급 만찬 가격은 대부분 5000위안(약 65만원) 정도다. 일부에선 "낭비성 호화 만찬을 규제해 저소득층에 헌납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홍콩에선 1만홍콩달러(약 140만원)를 넘는 만찬 메뉴가 인기다. 명절이면 가족.친척이 모여 외식을 즐기는 문화 때문이다. 식사 후엔 마작으로 밤을 새운다.

홍콩 중심가에 있는 눙푸(農甫)반점의 저우웨창(周悅强)사장은 "춘절(春節)기간 중 4인 가족 기준으로 6000~8000홍콩달러 하는 세트 메뉴 예약이 15일까지 끝났다"고 말했다. 숫자 '8'을 이용한 상술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일부 식당에서 1만8888홍콩달러의 메뉴가 선보였다. 광둥어로 '돈을 번다'는 팟초이(發財)의 팟(發)과 발음이 같아 유달리 숫자 '8(팟)'을 좋아하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8만홍콩달러(약 1100만원)에 팔리는 해삼 선물 세트(8개)도 등장했다.

9일 시작되는 닷새간의 황금 연휴 덕택에 여행객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중국.동남아를 찾았으나 올해는 대부분 미국.유럽.호주 등지로 여행 목적지가 바뀌었다. 1인당 1만5000홍콩달러 안팎의 관광상품도 인기다. 여행업계에선 "홍콩인 50만명이 여행을 떠나고 중국인 관광객 60만명이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종 바겐세일과 이벤트 행사도 한창이다.

홍콩=이양수,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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