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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인도의 ‘빌 게이츠’고팔라크리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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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회사 가치에서 재무제표는 일부에 불과하다. 회사의 핵심은 인재인데, 이를 나타내기 위해 우리는 연례보고서에 직원들의 지식가치를 표시하고 있다.”

인도의 세계적인 IT 서비스업체 인포시스의 2009년 연례보고서에는 회사의 인력가치가 1조213억 루피로 평가돼 있다. 지난해 매출의 약 다섯 배로, 우리 돈으로는 2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인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인포시스의 최고경영자(CEO) S 고팔라크리슈난(59·사진)은 인재 중시 경영을 특히 강조했다. 고팔라크리슈난 등 7명의 인도 젊은이들이 모여 자본금 250달러로 시작한 인포시스는 나스닥에 최초로 상장한 인도 회사다. 시가총액 370억 달러로 현재 84개국에서 11만4822명을 고용하고 있다.

하계 다보스 포럼 참석차 중국 톈진에 온 그는 15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인포시스는 인도 회사 중 최고의 보수와 스톡옵션을 갖췄지만 물질 보상은 복지의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투명하고 개방적인 근무 환경, 실질적인 교육 훈련, 인재 중시가 우리 회사를 내부 갈등이 적고 근속연수가 높은 회사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11월 열리는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의 12개 소 주제 가운데 청년실업 분야의 컨비너(회의 주재자)도 맡고 있는 그는 청년 실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고용시장은 이미 국경을 벗어난 글로벌 경쟁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많은 청년이 이에 걸맞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서 “요즘 세대들이 일생 동안 4∼6차례 직업을 바꾸는 상황에서 이에 걸맞은 교육 시스템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실업 문제는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G20 비즈니스 서밋이 좋은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웃소싱의 국가’ 인도마저 최근 사무실을 외국으로 많이 옮긴다는데.

“필리핀·동유럽·멕시코·브라질로 일부 이동하고 있다. 비용 문제보다 그 나라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하기 위한 측면이 더 크다. 물론 기술 발전, 고용 시장의 글로벌화로 일자리가 줄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어떻게 준비하는지가 중요하다. 인도는 고급 인재 풀이 넓어 업무는 달라지겠지만 고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인포시스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5년 전 세운 마이소르(Mysore) 연수원은 연간 5만 명을 교육하는 인도 IT 인재의 최고 양성소다. MIT나 스탠퍼드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학 학생들도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간다.”

-성공 비결은.

“1981년 사업을 시작한 뒤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91년부터 10년간 도약을 위해 시스템과 인력 양성,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97∼98년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우리가 매년 100% 이상 성장을 거듭한 것은 이런 시기를 예상한 준비와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성공했지만, 일본·중국에서는 큰 재미를 못 보고 있는데.

“일본·중국은 비즈니스가 관계지향적(relationship-based)이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한국도 대기업들이 자체 계열사를 통해 IT 서비스를 하는 체제인데 효율적이지 못하다. 최적의 해법을 만들 수 없고, 그런 시스템에서는 경쟁이 없다. 언젠가는 한국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다.”

톈진=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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