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와 4D로 개봉하는 깜찍한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
영화
# 감칠 맛 나는 로맨스·코미디·드라마
현재 시사회를 거치면서 가장 입소문이 빠르게 번진 영화는 ‘시라노;연애조작단’(감독 김현석, 12세 이상 관람가)이다. 데이트무비로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장르(로맨틱 코미디)지만, 기승전결이 구태의연하지 않아 남성 관객들에게도 점수를 딸 만하다. 극단 단원들이 남의 연애를 여러 가지 ‘조작’을 통해 이뤄주는 시라노 연애에이전시를 차린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대표 병훈(엄태웅)은 마음은 진실하지만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상용(최다니엘)의 의뢰를 받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상용이 짝사랑하는 여자가 하필 병훈의 옛 애인 희중(이민정)이라는 것. 애드리브의 달인 박철민, ‘방자전’의 변학도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빵’ 터뜨렸던 유망주 송새벽 등 조연진도 든든하다.
데이트 무비로 제격인 ‘시라노;연애조작단’.
김태희·양동근 주연 ‘그랑프리’(감독 양윤호, 12세)는 경마를 소재로 한 스포츠 휴먼 드라마. 사고로 자신감을 잃고 제주도로 내려간 주희(김태희)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우석(양동근)의 도움으로 재기한다는 얘기다. 두 배우의 화학작용이 기대만큼 일어났다면 훨씬 큰 울림을 전해줬을 법한 작품이다. 해결사로 만난 두 전직 형사가 정치권의 계략에 얽히고 설킨다는 내용의 설경구·이정진 주연 ‘해결사’(감독 권혁재, 15세)는 다른 영화들보다 한 주 먼저 개봉해 순항 중이다.
# 선 굵은 액션
홍콩누아르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
할리우드 대표선수로는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청소년 관람불가)이 3D로 상영된다. 2002년 시작돼 항상 전편의 흥행기록을 경신해온 장수 시리즈다. 굴지의 제약회사에서 만든 바이러스 때문에 생겨난 괴생물체들과 여전사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화끈한 한판 승부를 벌인다.
# 어른도 아이도 부담 없는 애니메이션
올 추석 극장가의 ‘복병’은 3D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전체 관람가)다. ‘슈퍼 히어로(영웅)’가 아닌 ‘슈퍼 배드(악당)’가 주인공이라는 발상부터 어딘지 특이해 보인다. 깜찍한 코미디로 신나게 웃기다가 막판 가족영화로 살짝 경로를 수정하는 영화의 영악함에 가족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을 성싶다. 4D로도 상영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를 기억한다면 ‘마루 밑 아리에티’(전체)도 놓치기 아깝다. 어느 시골 저택 마루 밑에 사는 소인(小人)소녀가 금기를 어기고 세상 구경을 나와 인간소년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게 된다는 감성판타지다.
# 저예산·독립영화도 챙겨 보자
올 연휴 유일한 독립영화인 ‘계몽영화’.
정씨 집안 3대 이야기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진실을 각인시키는 ‘계몽영화’(감독 박동훈, 15세)도 추석에 맞춰 선보인다. 한국 사회의 속살을 드러내는 간단치 않은 주제의식을 가벼운 화법을 통해 풀어내는 솜씨가 신인감독답지 않다는 평이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