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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액션·애니 … 차례상만큼 넉넉한 10가지 맛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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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와 4D로 개봉하는 깜찍한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

직장상사 눈치 안 보고 과감하게 휴가 내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다는 올 추석 연휴. 관객 600만 명을 육박하는 ‘아저씨’를 빼곤 이렇다 할 ‘대박’ 없이 여름방학 대목을 지나친 극장가가 모처럼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가위를 겨냥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저예산·독립영화까지 포함해 7편이나 된다. 외국영화도 3편이다. 10편 모두 색깔이 제각각이다.

영화

# 감칠 맛 나는 로맨스·코미디·드라마

현재 시사회를 거치면서 가장 입소문이 빠르게 번진 영화는 ‘시라노;연애조작단’(감독 김현석, 12세 이상 관람가)이다. 데이트무비로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장르(로맨틱 코미디)지만, 기승전결이 구태의연하지 않아 남성 관객들에게도 점수를 딸 만하다. 극단 단원들이 남의 연애를 여러 가지 ‘조작’을 통해 이뤄주는 시라노 연애에이전시를 차린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대표 병훈(엄태웅)은 마음은 진실하지만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상용(최다니엘)의 의뢰를 받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상용이 짝사랑하는 여자가 하필 병훈의 옛 애인 희중(이민정)이라는 것. 애드리브의 달인 박철민, ‘방자전’의 변학도로 관객들의 웃음보를 ‘빵’ 터뜨렸던 유망주 송새벽 등 조연진도 든든하다.

데이트 무비로 제격인 ‘시라노;연애조작단’.

‘퀴즈왕’(15세)은 정공법보다는 삐딱하게 치달으며 웃음을 유발하는 이른바 ‘장진식 코미디’다. ‘굿모닝 프레지던트’ ‘박수칠 때 떠나라’의 장진 감독이 김수로·류승룡·장영남·류덕환·송영창·심은경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을 총집합시킨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강변북로에서 일어난 4중 추돌사고 때문에 경찰서에 모이게 된 사람들이 우연히 상금 133억원이 걸린 퀴즈쇼 마지막 문제의 정답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퀴즈쇼가 진행되는 후반부가 조금만 더 뒷심을 발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김태희·양동근 주연 ‘그랑프리’(감독 양윤호, 12세)는 경마를 소재로 한 스포츠 휴먼 드라마. 사고로 자신감을 잃고 제주도로 내려간 주희(김태희)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우석(양동근)의 도움으로 재기한다는 얘기다. 두 배우의 화학작용이 기대만큼 일어났다면 훨씬 큰 울림을 전해줬을 법한 작품이다. 해결사로 만난 두 전직 형사가 정치권의 계략에 얽히고 설킨다는 내용의 설경구·이정진 주연 ‘해결사’(감독 권혁재, 15세)는 다른 영화들보다 한 주 먼저 개봉해 순항 중이다.

# 선 굵은 액션

홍콩누아르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

추석영화 중 가장 스타캐스팅이 돋보이는 ‘무적자’(15세)는 확실히 여성보다는 남성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영화다. 1980년대 대한민국 남성들의 입가에 성냥개비를 물렸던 전설의 홍콩영화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파이란’ 등 굵직한 드라마에 강한 송해성 감독이 부산 무기밀매조직을 둘러싼 형제와 동료의 의리를 그렸다. 송승헌·주진모·조한선·김강우 주연. 총격전 액션은 귀가 얼얼할 정도로 화끈하지만, 2010년 부산으로 옮겨온 홍콩 누아르는 다소 유행 지난 패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할리우드 대표선수로는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청소년 관람불가)이 3D로 상영된다. 2002년 시작돼 항상 전편의 흥행기록을 경신해온 장수 시리즈다. 굴지의 제약회사에서 만든 바이러스 때문에 생겨난 괴생물체들과 여전사 앨리스(밀라 요보비치)가 화끈한 한판 승부를 벌인다.

# 어른도 아이도 부담 없는 애니메이션

올 추석 극장가의 ‘복병’은 3D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전체 관람가)다. ‘슈퍼 히어로(영웅)’가 아닌 ‘슈퍼 배드(악당)’가 주인공이라는 발상부터 어딘지 특이해 보인다. 깜찍한 코미디로 신나게 웃기다가 막판 가족영화로 살짝 경로를 수정하는 영화의 영악함에 가족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을 성싶다. 4D로도 상영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를 기억한다면 ‘마루 밑 아리에티’(전체)도 놓치기 아깝다. 어느 시골 저택 마루 밑에 사는 소인(小人)소녀가 금기를 어기고 세상 구경을 나와 인간소년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게 된다는 감성판타지다.

# 저예산·독립영화도 챙겨 보자

올 연휴 유일한 독립영화인 ‘계몽영화’.

최근 제6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홍상수 감독의 11번째 작품 ‘옥희의 영화’(청소년 관람불가)도 관객을 기다린다. 대학 영화학과를 무대로 시간강사 진구(이선균), 여자친구 옥희(정유미), 송교수(문성근) 세 사람의 네 가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제나 그랬듯 홍상수 영화가 보여주는 시츄에이션과 들려주는 대사는 웬만한 막장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코믹하다.

정씨 집안 3대 이야기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진실을 각인시키는 ‘계몽영화’(감독 박동훈, 15세)도 추석에 맞춰 선보인다. 한국 사회의 속살을 드러내는 간단치 않은 주제의식을 가벼운 화법을 통해 풀어내는 솜씨가 신인감독답지 않다는 평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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