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총리 청문회는 물론 외교 등 후속 개각도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김황식 감사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됨으로써 개각이 마무리 절차를 밟아가게 된 것은 다행이다. 이번 주 중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넘겨 국회가 협조를 한다면 이달 마지막 주에는 임명 절차를 마칠 수도 있게 됐다. 국회 청문회를 지켜봐야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김 후보자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만 살펴보면 큰 갈등은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落馬)한 이후 국정은 구멍이 뚫려 큰 차질을 빚고 있다. 8월 11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사퇴한 지 오늘로 38일째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6월 29일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과 함께 역할을 잃어버렸다. 그 직후부터 사퇴 의사를 수차례 밝혀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81일째다. 그동안 총리직은 사실상 공석(空席)이었던 셈이다.

총리가 없으니 사사건건 청와대가 나서게 되고 부처 간, 당정(黨政) 간 조율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외교부 사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행정고시 폐지 등 중요 정책 구상이 당정 협의도 없이 불쑥 던져져 필요 이상의 오해를 받고 좌초한 것도 이런 비정상적인 내각 구조와 무관치 않다.

더군다나 외교통상부 장관 경질(更迭)까지 겹치면서 국가 이미지가 손상을 입고 있는 게 현실이다. 후임을 임명하려 해도 총리가 없으니 제청할 수가 없다. 11월로 예정된 G20 준비가 시급할 뿐 아니라 당장 그 준비를 위해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할 유엔 총회에서는 외교부 장관의 유고로 다른 나라와의 접촉마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미 이임식을 하고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식경제부 장관이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처지는 희극적이기까지 하다.

다행히 이번 국무총리 인사는 야당도 협조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뜬금없이 (자기 검증항목) 200개를 내놓는 것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 아니냐”며 “그걸 보니 나는 장관도 못 되겠더라”고 한 것은 경직된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물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어느 하나라도 걸리면 안 되는 절대적 기준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지나치게 정치공방으로 몰고 가는 건 야당에도 부담이다. 정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검증을 서두르는 게 옳다.

김 총리 후보자가 할 일은 많다. ‘공정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비춰보면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거친 김 후보자가 적임(適任)일 수 있다. 그럴수록 이러한 요구가 질시(嫉視)와 흠집내기,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도록 김 후보자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특히 김 후보자가 좋은 평가를 받는 요소 중 하나는 전남 출신 첫 총리 후보자란 점이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소통(疏通) 부재(不在)가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4대 강 문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슈로 변질돼 갈등이 커져왔다. 김 후보자가 이런 소통과 화합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