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추석이 코앞이다 … 나눔문화 풍성하게 확산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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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평생 식당 일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아오다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된 83세의 박부자 할머니. 매달 정부에서 받는 50만원으론 생계를 꾸리기조차 빠듯한데도 4만원씩 뚝 떼어 동남아 어린이에게 후원금을 보낸다. 지난해엔 3년간 모은 적금 100만원을 선뜻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내놓았다. 세상을 떠난 뒤 전 재산인 단칸방 전세금 5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못 먹고 잘 데 없는 이들에 비하면 난 행복한 사람이니까”란 게 그의 나눔 철학이다.

세상 그 누구보다 마음만큼은 ‘부자’인 박 할머니를 비롯해 그간 기부에 앞장서온 각계 인사 250여 명이 17~18일 열리는 ‘대한민국 나눔 문화 대축제’에 초대된다. 이들의 남다른 나눔 정신이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하길 바라서다. 지난 10여 년간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이웃을 도우려는 보통 사람들의 기부가 큰 폭으로 늘긴 했다. 1999년 8500억원에 불과했던 개인 기부가 2008년엔 5조53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 바람에 3대7이었던 개인 대 법인의 기부 비율이 2000년 이후 6대4로 역전됐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이번에 축제를 개최하게 된 배경이다.

우선 기부의 저변이 튼튼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기부 총액이 늘어난 건 기부자 수가 증가했다기보다 원래 기부자들이 금액을 늘린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또 정기적인 기부자가 적고 그나마 기부금 중 80%가 종교 헌금이라 사회복지에 쓰이는 몫이 부족하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최고 부유층 10%가 전체 개인 기부금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부자들의 기부가 저조한 것도 큰 걸림돌이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 수만 봐도 아직 35명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눔 문화 축제 소식을 듣곤 기업인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발언을 한 것도 그런 취지다. 많이 가진 사람들의 솔선수범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석이 코앞이다. 한가위의 풍성함만큼이나 나눔 정신도 넉넉하게 확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