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10년 단위로 줄고 눈·비 오는 양은 점점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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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과수 농가가 울상이다. 수확기의 잦은 비 탓이다. 사과·포도 등 과일이 제대로 햇빛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다 당도가 떨어지고 때깔도 좋지 않다. 비바람에 토양이 씻겨내려 과실수의 영양 공급도 부족해 낙과 피해도 크다. 과일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20% 정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와 추석 차례상 물가도 걱정이다.

서울 및 중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서울 잠수교가 3일째 한강물에 잠겨 12일에도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북한강 유역의 집중호우로 팔당댐이 초당 8000t의 물을 방류해 한강 수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서울은 이달 들어 12일까지 모두 8일간 비가 내렸다. 9월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353㎜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9월 전체 강수량 평년값(1971~2000년 평균)인 137.6㎜의 2.6배다. 8월에도 서울에는 24일이나 비가 내리면서 강수량도 평년의 1.7배인 598.7㎜를 보였다.

이에 따라 8월 1일∼9월 12일 서울의 강수일수는 32일로 1908년 관측 이래 같은 기간 동안 가장 많았고, 강수량은 951.7㎜로 98년(1318.6㎜)과 72년(968.1㎜)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그 결과 올해 일조시간(햇빛이 구름·안개 등으로 가려지지 않고 지면에 도달한 시간)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평균 일조시간 합계는 1290.4시간이다. 73년 이래 2003년(1195.8시간), 98년(1263.1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특히 올해 1~8월 평균 일조시간은 1973~2009년의 평균인 1486.8시간에 비해 196.4시간 적었다.

유령새우, 주름부채게, 검은손부채게(위쪽부터)

일조시간 감소는 올해에만 나타난 것은 아닌 지속적인 현상이다. 1~8월의 전국 평균 일조시간은 73년 기상청이 체계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73~80년이 1548.9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이후 10년 단위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반면 강수량은 10년 단위로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기상 전문가들은 강수량이 늘고 일조시간이 줄어든 것도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 증발량이 늘고,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에 수증기가 늘게 돼 구름도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지면 갑작스럽게 구름이 만들어져 국지성 집중호우로 이어질 수 있다.

◆바닷속도 온난화=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이 더워지면서 한반도 주변 해양생태계도 급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생물종이 나타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상반기 자생생물 조사연구를 통해 ‘갈매장님노린재’ 등 세계 최초로 발견된 신종 생물 117종과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미기록종 169종을 찾아냈다. 제주 연안에서는 아열대 해양동물 4종이 국내 처음으로 채집됐다.

제주도 서귀포시 형제섬 주변 수심 25m 바닷속에서는 동남아·일본 등지의 아열대 산호초지역에 서식하는 주름부채게와 검은손부채게가, 성산포 바다에서는 예쁜점유령새우와 큰다리유령새우가 발견됐다. 유령새우는 작고 투명한 몸을 갖고 있어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붙은 이름이다. 생물자원관 오경희 생물자원연구부장은 “이들 종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제주도 주변 해역의 바닷물 온도가 상승해 아열대 해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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