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정상 "북핵문제 긴밀 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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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기념행사에서 환담하고 있다. 모스크바=김춘식 기자

러시아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후(한국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0분간 회동하고 북핵 문제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과 맞물려 중대 국면으로 접어든 북핵 문제에 대해 양국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러시아에도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한.러 양국이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푸틴 대통령이 기울여온 노력에 사의를 표한 뒤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를 희망했다고 정 보좌관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전날인 8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협의한 결과를 노 대통령에 설명한 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와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국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미.러 정상회담의 북핵 문제 논의 결과에 대해 "밝은 전망을 갖게 하기보다 어두운 기조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는 11월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재회를 기다린다"고 인사했다. 두 정상의 이날 회동은 러시아 전승 60주년 행사 공식 오찬 전에 이뤄졌으며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오찬 시작 전후 부시 대통령과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부시 대통령은 반가워했으며 두 정상이 긴밀하고 친밀한 관계를 보인 것으로 정 보좌관은 전했다.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전승 60주년 기념 행사에 50여개국 정상이 참석하기 때문에 양자 정상회담은 가급적 제한한다는 입장을 정했지만, 최근 긴박한 북핵 상황을 고려해 노 대통령과의 별도 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일본.독일.프랑스.인도의 정상들과도 회동, 공동관심사를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저녁에는 모스크바의 호텔에 함께 체류하고 있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30여분 동안 면담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대통령 행정실 앞에서 푸틴 대통령 내외의 영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행사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이번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승전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당초 이번 행사의 공식 초청국이 아니었지만 푸틴 대통령이 한국을 꼭 포함할 것을 지시해 노 대통령의 방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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