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튀는 국세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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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경제부 기자

국세청은 9일 '향후 부동산 투기대책 방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여기에는 2003년 5월 23일 '주택가격 안정대책'발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조사 인원, 추징 실적, 부동산 투기 대책 등의 내용이 미주알고주알 담겨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3일 국세청이 발표한 '부동산 가격급등 지역에 대한 투기대책 강화' 내용과 '판박이'였다. 투기상황에 따른 단계별 대책 등은 지난 3일 보도자료에도 나온 것이었다. 이번 자료는 투기대책 실적과 세무조사 대상 인원을 추가로 넣었을 뿐이다.

국세청은 9일 보충설명에서 "부동산 투기에 동원되는 자금에 대해서는 원천을 끝까지 추적하는 강력한 자금출처 조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이 또한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당시 "투기혐의자는 금융재산 일괄조회를 통해…(중략)심도 있는 조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평소 주요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던 국세청이 이렇게 비슷한 내용을 2주 연속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이주성 국세청장은 취임 후 첫 브리핑에서 '음성 탈루소득자 종합세무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국세청장이 직접 나서 세무조사 계획을 밝힌 것은 드문 일이었다. 나아가 국세청은 11일 이례적으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세청이 집값과 땅값을 잡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호화.사치 생활자들에게 철퇴를 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최근 기관장 평가에서 대외홍보 항목의 비중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국세청은 투기 조사, 세무 조사 등 본연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국세청이 같은 말을 자주 되풀이하면 국민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 요즘 국세청의 행보를 보면 소리없이 '경제 포도청' 역할을 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창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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