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변광성 폭발 신비 풀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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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천문학회지 3월호에는 우리나라 천문도인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와 현대 천문도가 나란히 실릴 예정이다. 세계적인 천문학회지에 우리나라 천문도가 실리는 것은 처음이다.

▶ 고려시대에는 유성 등 새로운 별의 밝기를 사물로 비유해 기록했다. 바리(上)는 0~1등급, 모과(中)는 1~2등급, 계란(下)은 3~4등급을 나타낸다.

한국천문연구원 양홍진.조세형 박사, 경북대 박명구 교수,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가 천상열차분야지도와 고려사의 기록을 바탕으로 물병자리에 있는 광도가 변하는 별(변광성)의 등장과 폭발 연도 등의 비밀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선조가 별을 일상의 물건에 비교해놓은 기록에 있었다. 유성의 크기 순으로 계란.술잔.바리.질장구.모과가 그것들이다. 아주 큰 유성은 도마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모과였다. 잘 익은 모과는 노랗게 보여 이를 별의 비교 대상으로 삼았는지 모른다. 고려사에는 모과에 대한 기록이 무려 93번이나 나온다.

고려 명종 10년(1180년) 기록에는 '유성이 저성좌(천칭자리)에서 나와 익성좌(컵자리)로 들어갔는데 그 크기가 모과만 하고, 꼬리의 길이가 7척이었다'고 묘사돼 있다.

양 박사는 "동일한 관측자가 본 것으로 가정해 그 길이와 비교 물건의 크기 정도 등을 감안, 물병자리 변광성의 폭발 순간 크기 등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과는 별 밝기 등급으로 1~2등급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북두칠성에서 가장 밝은 국자 끝 별의 밝기가 1.8등급인 점을 감안하면 그 밝기를 예상할 수 있다.

술잔의 경우 요즘에 사용하는 작은 술잔이 아니다. 잔 받침과 손잡이 등 장식이 달린 것으로 계란보다 컸다.

계란은 3~4등급을, 술잔은 2~3등급을, 바리는 0~1등급, 질장구는 0~-1등급의 별을 표현한 것으로 양 박사는 분류했다. 1등급이 차이 나면 밝기는 2.5배 차이 난다. 1등급과 6등급은 5등급의 차이지만 밝기는 무려 100배 차이가 난다. -등급은 아주 밝은 것이다. 금성은 -4등급, 태양은 -26.8등급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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