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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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365일 중 200여 일이 여행”이라는 김동호(73)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 전 문화부 차관(1992~93)과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93~95)을 지낸 뒤 부산영화제가 출범한 96년 이래 한국영화의 세계화와 발전에 기여해 왔던 그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난다. 예전이라면 벌써 9월에 열리는 베니스영화제로 향했겠지만, 이달엔 부산을 지키고 있다. 그가 직접 촬영한 270컷이 공개되는 사진 회고전과 38개 해외영화제 기행문의 영문과 국문판 서적 출판 행사, 그리고 영화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페어웰(Farewell) 파티가 10월 부산영화제 기간 중 열리기 때문이다. 퇴임 후엔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예도 시작하고 영화도 두 편 찍어볼 계획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15년간 열정을 바쳤던 부산영화제가 그간의 발전과 안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출발점을 맞이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영화를 위한 패션

영화 관련 행사와 파티 참석에 익숙한 그는 턱시도 세 벌을 소장하고 있다. 어두운 색상의 정장 슈트를 입는데, 코트를 포함해 10여 벌이 모두 다 갤럭시와 닥스(Daks) 브랜드다. 이날 촬영을 위해 그동안 한국영화를 성원해 온 스폰서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 넥타이를 맸다. “해외 여행 때도 점퍼를 입지 않고 항상 재킷을 입습니다. 대신 넥타이만 하지 않지요.” 그는 완벽한 헤어스타일을 위해 20일에 한 번씩 서울 프라자호텔 별관 16층 이발소에서 손질한다. 구두코가 네모나 견고해 보이는 검정 가죽구두는 지난 20년간 애용해 온 수제화다. 을지로3가에 위치한 송림제화에서 2년에 한 번꼴로 맞춰 신는다. 손목시계는 파슬(Fossil). “싼 시계지만 실용적입니다. 자판이 크고 야광이라 영화를 보다가도 약속시간을 잘 볼 수 있어서죠.”

영화를 위한 소지품

주머니 속에 늘 소지하는 USB 2개. 열쇠꾸러미에 매달려 겉이 닳아진 볼품없는 모양새지만 32GB나 되는 메모리 속에 그의 영화를 위해 살아 온, 영화 같은 지난 15년간의 삶이 생생하게 저장되어 있다. 국제신문에 33회 연재된 세계영화제 기행문과 프리미어지에 게재된 ‘김동호가 만난 영화계 사람들’ 시리즈 원고 등등. 만일을 대비해 하나는 백업이라고 한다. 갤럭시S 스마트폰 역시 영화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긴요하게 쓰인다.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e-메일을 읽는 데 가장 많이 쓰고, 영어·중국어·불어 사전도 즐겨 쓰는 기능이다. 줌 기능이 편리한 올림푸스 SP-800UZ와 소니DSC-T90 HD1080, 두 대의 카메라 역시 회고 사진전 사진들을 찍는 데 필수품이었다.

몽블랑 만년필 매니어

몽블랑 만년필을 유난히 좋아해 10여 개 갖고 있다. 입고 있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나온 만년필은 8년 전 결혼식 주례를 해서 받은 선물인데 종종 길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요청하는 사인을 해 줄 때 사용한다.

글=이네스조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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