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동부경찰서 명칭 놓고 오산·화성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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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기도 화성동부경찰서의 명칭을 둘러싸고 오산시와 화성시가 대립하고 있다. 화성동부경찰서는 1978년 10월 문을 연 화성경찰서가 전신이다. 86년부터 91년까지 부녀자 10명이 잇따라 살해되면서 당시 수사를 맡은 화성경찰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영화 ‘살인의 추억’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강력사건이 급증하고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2008년 4월 화성에 또 하나의 경찰서(화성서부경찰서)가 생겼고, 화성경찰서는 화성동부경찰서로 이름을 바꿨다.

화성동부경찰서는 오산시 원동에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오산경찰서’ 이름을 거부해 왔다. 경찰서가 맡고 있는 지역의 비율에서 화성지역(126㎢)이 오산지역(43㎢)의 3배에 달하고, 인구도 오산(17만4206명)에 비해 화성이(28만369명) 많기 때문이다. 이 경찰서는 화성시 병점 1·2동과 화산동, 진안동, 동탄 1·2·3동, 동탄면과 오산시 전역을 맡고 있다. 2008년 동부경찰서로 바뀔 당시에도 오산 시민들은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경찰서 명칭을 바꿔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오산시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오산시 부산동에 새 청사를 마련해 15일 이전하기로 하면서 또다시 이름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오산시와 시의회·시민들은 “오산시 관내에 있으면서도 화성동부경찰서 간판을 다는 것은 18만 오산 시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명칭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현숙 오산시 자치행정국장은 “시·군마다 1개 이상의 경찰서를 두고, 경찰서가 있는 지역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경찰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산에 있는 경찰서는 ‘오산경찰서’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시의회와 시민들도 ‘오산경찰서로 바꿔 달라’는 건의문을 채택하고 결의대회를 열었다. 임영근 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대규모 집회와 가두시위, 1인 시위, 관계기관 홈페이지 항의 댓글 달기 운동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화성시는 “오산시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개명운동을 추진하는 것은 행정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두 지역 주민의 갈등만 부추기게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종대 화성시 자치행정과장은 “2016년 화성 동탄지역에 경찰서가 추가로 생기면 신설되는 경찰서가 화성동부서로, 현재의 화성동부서는 오산경찰서로 자연스럽게 이름이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서 명칭은 어느 지역에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치안수요나 치안지표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며 “경찰서 신설 등 변수가 있으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진·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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