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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준의 중국읽기] 리더의 다섯 가지 조건

중앙일보

입력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외치며 알프스를 넘어 유럽 정복에 나섰던 나폴레옹.
유동적인 전략으로 병력 상에서의 절대 열세를 극복하고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를 격파한 알렉산더.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수하들의 뛰어난 능력으로 메워 천하를 잡은 유방.
철저한 준비성으로 23전 23승이라는 100% 승률로 조선을 위기에서 구한 이순신.
철저한 정보전, 바람 같이 신속한 용병술로 인류 역사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

이들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리더들이다.
과연 그들은 과연 어떤 특징을 지녔기에 동시대의 경쟁자들보다 앞서 시대를 지배했던 것일까?
시대를 지배했던 그들에게 공통점은 없을까?

『손자병법』 계편計篇을 보면 다음과 같이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을 다섯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리더된 자라면 뛰어난 두뇌, 강력한 믿음, 드넓은 도량, 무적의 용맹, 정확한 상벌 정신을 갖춰야 한다.
將者,智、信、仁、勇、嚴也。

알프스를 넘고 유럽 연합군을 농락한 나폴레옹.
병력의 열세를 딛고 페르시아를 멸망시키고 인도의 코끼리 부대와 정면대결을 택한 알렉산더.
12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함대를 패퇴시킨 이순신.
부족한 병력을 이끌고 유라시아를 휩쓴 칭기즈칸.

뛰어난 전략과 수하에 대한 신뢰, 병사에 대한 사랑, 임전불퇴의 용맹, 철저한 상벌 시스템까지 시대를 지배했던 위의 밀레니엄 리더들은 이 다섯 가지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상商나라를 패망시키고 800년 주周왕조를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강태공(姜太公)은 『육도(六韜)』에서 리더의 조건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리더는 “용맹, 두뇌, 도량, 믿음, 충성”이라는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將有五材,勇、智、仁、信、忠

손자孫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시대상황 때문에 손자孫子는 두뇌智를 가장 중시한 반면 강태공姜太公은 용맹勇을 가장 중시했다는 점이 다르다.

손자가 살던 춘추시대 말기에는 잦은 전쟁으로 확실한 전략과 전쟁 교칙이 구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단순한 백병전 보다는 대형을 갖춘 전투, 기습∙기만 전술 등이 보편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리더의 뛰어난 두뇌에서 나오는 지혜와 판단력 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반면 강태공이 활약했던 상나라 말기, 주나라 초기는 전략, 전술이 체계성을 갖추지 못해 개인의 무력에 의해 전쟁의 승패가 좌우되기 일쑤였기 때문에 용맹이 더욱 강조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리더의 조건은 크게 5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지혜, 신뢰, 도량, 용맹, 엄격함이 그것이다.

물론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못했지만 성공한 리더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앞서 예를 들었던 한나라 고조 유방이다.

유방 같은 경우는 다소 특이한 경우이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존속 기간이 길었던 제국(한漢이라는 카테고리로 처리했을 때)을 일으킨 유방. 그는 뛰어난 두뇌가 없었고 신의 역시 갖추지를 못했으며 가족을 매번 버리고 도망 다녀야 했을 만큼 용맹은 언급할 수도 없었다. 훗날 공신들의 이반현상이 벌어지는 점에서 봤을 때 상벌 관념도 그리 철저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도량이 나머지 네 가지의 단점을 모두 메워버릴 만큼 넓었다.

사람이란 본디 타인의 뛰어난 재능을 보면 부러워하게 되고, 시기하게 되고, 그러다가 불행한 파국을 맞게 된다. 불행한 파국을 맞는 이가 자신이든 재능을 가진 상대이건 간에 말이다.

손빈孫臏의 재능을 두려워한 방연龐涓을 비롯해 양수楊修와 공융孔融을 시기한 조조曹操가 그랬고, 제갈량諸葛亮을 질투한 주유周瑜가 그랬으며, 모짜르트를 부러워한 살리에르가 그랬다.

하지만 유방은 계책을 내는데 1인자였던 장량張良, 내정을 다스리는데 탁월했던 소하蕭何, 전쟁을 진두지휘 함에 있어 따라올 자가 없던 한신韓信이라는 3인의 걸출한 인재를 곁에 두고도 최종 승리를 거두기까지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400년 한나라의 기초를 닦을 수 있었다.

『논어∙이인里仁』편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현명함을 보면 배우고자 하고 현명하지 않은 것을 보면 스스로를 반성했다.
見賢思齊焉,見不賢而內自省也。

아마 유방은 엘리트 인재 3종 세트를 보면서 배우고자 하고 우둔한 라이벌 항우를 보며 스스로를 반성하지 않았을까? 이런 자기 컨트롤이 가능했기 때문에 리더로써 가져야 할 여러 조건을 구비하지 못하고도 천하를 잡았던 것이다.

우리 주변의 리더들은?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었을까? 주변 강대국들은 물론이요, 남북 양국, 그리고 국경 없는 글로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기업 리더들은 어떤 조건들을 갖추고 있을까? 능력이 되지 않을 때 배우려고 하는 자세는 되어 있는 것일까?

하병준 중국어 통번역, 강의 프리랜서 bjha76@gmail.com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보내드리는 뉴스레터 '차이나 인사이트'가 외부 필진을 보강했습니다. 중국과 관련된 칼럼을 차이나 인사이트에 싣고 싶으신 분들은 이메일(jci@joongang.co.kr)이나 중국포털 Go! China의 '백가쟁명 코너(클릭)''를 통해 글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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