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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폭탄주와 소통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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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부담 갖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봐.”

잠시 후 눈이 마주친 젊은 직원이 그동안 못 했던 얘기를 털어 놓는다. 고참 직원들은 조심스러운 침묵을 유지한다. 얼마 지나면 어김없이 상사의 일장 훈시와 무용담이 시작된다. 아까 그 젊은 직원은 ‘젊은 혈기’를 후회하며 고개를 떨군다. 과거의 소통은 이런 식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단비 같은 소통 방식이 생겼으니 바로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한 소통이다. 많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인터넷의 트위터를 사용함에 따라 기업들엔 그 조직원이나 고객과의 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금융업계도 마찬가지다. 많은 대표이사들이 개인적으로 트위터를 사용하고, 금융회사 역시 회사 대표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면서 외부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CEO나 기업들이 트위터를 사용하기만 하면 쉽게 고객이나 직원들과 소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를 들어 보자. 젊은 직장인들은 상사와 트위터로 연결되면 그동안 즐겨 하던 트위터 계정도 폐쇄하고,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 몰래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트위터 대화를 하면서 제일 겁나는 말이 “상사(또는 배우자)가 당신을 팔로 하고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트위터를 통해 의욕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려는 상사들에게는 여간 실망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트위터를 통해 CEO가 고객과 직접 대화를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따른다. 회사의 공식 게시판을 통해 고객의 불만이 접수된 후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텐데 CEO와의 트위터를 통해 직접 불만을 접수하기도 한다. 물론 고객에겐 전에 볼 수 없던 멋진 일이긴 하다. 그렇다고 이런 일이 빈번해지면 트위터가 CEO와의 대화 채널이 아닌 고객불만 접수 게시판으로 변할 수 있다.

트위터상에서 유명 CEO들은 연예인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팔로(트위터의 친구 맺기) 하는 팬들이 많아 일일이 대화하기가 어렵다 보니 자신의 견해나 동향만을 전달하거나, 질문에 대한 간단한 대답을 하는 식의 제한적인 소통을 하곤 한다. 이는 스타들의 홈페이지 관리 방식이나 다를 바가 없다.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제계 유명인과 직접 대화를 해본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경영자들이 부하직원이나 고객과 쌍방향 소통을 하려면 더 주의할 점이 많은 듯하다. 먼저 자기 자신부터 열어놓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지위와 권한을 의식하면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마치 부하직원에게 폭탄주를 들이밀면서 대화를 해보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필자는 1400명의 증권업 관계자나 투자자와 직접 트위터를 하고 있다.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확인하며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접하게 되고, ‘트친(트위터 친구)’들의 따뜻한 격려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신문기사나 정보들도 ‘트친’들이 언급을 하면 다시 한번 보게 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트위터 스케줄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요즘 성공적인 트위터 관리법에 대한 글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공감이 가는 방법은 역시 ‘대표나 상사가 직접 나서서 운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케팅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가급적 많은 직원이 SNS를 통한 소통에 참여해 볼 것을 권한다.

이처럼 소통의 패러다임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딱딱한 기업 홈페이지 안에서 고객과의 제한적인 만남에 머물지 말고, 진정으로 소통하는 시대를 더 적극적으로 열어볼 것을 기대한다.

주원 KTB투자증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