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함께하는 NIE] 집단 따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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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는 ‘사회적 사형선고’를 받은 것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중앙포토]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 ‘왕따 피하기’가 성적을 제치고 학기 초 학생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힌다. 올해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3월과 9월 셋째 주를 ‘친구사랑 주간’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왕따는 집단 내 적극적인 소외 현상을 말한다. 주로 학교나 직장에서 여러 명이 특정한 한 사람을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따돌리거나 괴롭힐 때 이를 ‘왕따 현상’이라 부른다. 괴롭힘의 양상도 다양하다. 대화를 거부하고 빈정대거나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고립시키는 언어적 폭력부터 물건을 빼앗고 심부름을 강요하거나 때에 따라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피해자는 자존심 때문에 초기에는 왕따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주변에서 눈치 챌 정도가 되면 이미 정신적·심리적 피해가 심각해 우울증·신경쇠약 등으로 발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왕따는 원인도 불분명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조사한 ‘2009 학교폭력 실태 조사 보고’에 따르면 왕따의 이유로 ‘장난’(35.5%)과 ‘이유 없음’(20%)을 든 학생이 절반을 넘었다. 그 밖에는 상대방이 잘못해서(17%), 오해와 갈등(9%), 화가 나서(8%) 등을 이유로 꼽았다. 왕따 피해자들은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데 반해 가해자들은 이를 가벼운 장난쯤으로 치부하며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형편이다.

청소년기는 또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시기다.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소속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부모나 주변 어른들의 격려보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아야 심리적 안정감과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 왕따 등으로 외톨이가 되는 경험은 심리적인 충격을 줘 대인관계는 물론 학업성취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새 학기 ‘왕따 현상 추방’을 위해 교실에서 함께 해볼 만한 NIE 활동을 알아봤다.

타인 인정하고 배려하는 교육 필요

따돌림은 소속감을 박탈하는 형벌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사회에 대한 소속감은 사회적 생존권과 다름없다. 왕따 피해자들이 흔히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도 공동체로부터의 고립을 ‘사회적 사형선고’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는 강력한 교칙과 규범을 바탕으로 동질성을 추구하는 사회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구성원 사이의 결합이 긴밀한 공동체일수록 외부인에 대해서는 폐쇄적이고 투쟁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학교에서 왕따로 찍혀 내쳐진 학생에게 반 친구들이 가차없이 심하게 구는 것도 여기서 원인을 찾는다.

왕따를 학생들끼리의 노력으로 해결하도록 맡겨두는 것도 옳지 않다. 지나친 경쟁과 엄격한 규범 등이 혼재하는 학교의 특성도 왕따 양산에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에서 답을 찾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질성을 강조하는 대신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외국의 사례도 참조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사진을 고를 때도 다양성을 감안한다. 백인·흑인·라틴계·동양인의 얼굴이 골고루 섞여 있지 않으면 인종차별 교과서로 분류해 채택이 안 될 정도다.

다음 주는 ‘친구사랑 주간’이다. NIE 활동도 ‘왕따 방지’보다 친구와 우정을 다지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맞출 수 있다. 초등학교 1~3학년들에겐 기사를 읽고 설명하는 수업은 효과적이지 않다. 아직 사고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이성적인 말을 이해하고 납득하기가 어려워서다. 대신 NIE 역할극을 통해 서로의 입장이 돼보는 편이 낫다. 장애인 친구를 잘 돌봐준 사연이나 아름다운 우정을 소개한 짤막한 기사를 2~3분짜리 극으로 각색해 연기해 보게 하는 것이다. 학급에 실제 왕따 현상이 있었다면, 왕따 당한 학생의 출연 비중을 높여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초등 고학년들은 NIE 게시판을 만들거나 편지 쓰기 등 학급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하게 한다. NIE 게시판은 친구들끼리 추천해줄 만한 기사를 골라 추천 이유와 함께 적어 붙여두면 된다. 짝꿍끼리나 4명씩 모둠을 만들면 모든 학생이 한 편 이상씩 기사를 추천받을 수 있다. 추천 이유나 사연을 공개하기 껄끄럽다면 편지로 건네주고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은 게시판에 붙여 모든 학생이 읽을 수 있게 한다.

중학생들은 독서와 연계해 가상토론을 해볼 수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지음)에서 주인공 병태가 시골로 전학 와 엄석대의 행동을 담임교사에게 고자질한 뒤 왕따가 된 상황을 함께 읽고 토론에 부치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다. 병태를 따돌리는 게 옳은 일인지, 병태의 잘못은 없는지,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담임교사는 어떻게 대처했으면 좋았을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그 다음 ‘책 내용 각색하기’나 ‘신문에서 비슷한 사례 찾기’ 등의 활동으로 이어나가도 좋다.

고등학생이라면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생겨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신문에서 찾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자. 다문화가정, 새터민, 이주노동자 등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는 계층을 찾아보고 어떤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사해 보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통해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원인과 결과를 정리한 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한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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