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 잃은 훈장 나라에 돌려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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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탈출했다 중국 공안에 잡혀 다시 북송된 국군포로 한만택(72)씨의 가족들이 31일 청와대를 찾아 정부가 한씨에게 수여한 훈장을 넘겨줬다.

▶ 중국서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한만택씨의 조카 한정구씨(왼쪽에서 둘째) 등이 31일 청와대 입구에서 정부의 대처방식에 불만을 품고 한씨에게 수여된 화랑무공훈장을 반납하겠다며 훈장 증서와 송환 촉구 탄원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신동연 기자]

한씨의 조카인 정구(55.회사원)씨 부부는 이날 오전 11시쯤 "지난 25일 정부가 뒤늦게 수여한 화랑무공훈장을 정부에 되돌려 주겠다"며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청와대로 걸어서 이동했다.

이들은 경복궁 앞길에서 한때 경찰의 제지를 받았으나 "훈장을 돌려줄 것이니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 제공된 차량을 타고 청와대 면회실로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정구씨는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관계자들을 만나 "저희 가족은 임자 잃은 훈장을 나라에 다시 돌려주겠다. 국군포로가 다시 사지인 적지에 갔으니 훈장은 지금까지 했듯이 나라에서 보관하라"고 요구했다. 청와대 측이 "훈장은 국방부 장관이 준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반납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으나 가족들은 "그러면 그냥 여기에 버리고 가겠다"며 버텼다.

결국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단 훈장을 보관키로 하고 가족들로부터 훈장과 증서, 상품으로 제공된 손목시계 등을 넘겨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훈장을 반납받은 것은 아니고 워낙 가족들 입장이 완강해 일단 보관키로 했다. 훈장 처리 문제는 국방부와 상의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구씨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국이나 북한을 설득해 삼촌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고 훈장을 달아주라"고 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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