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동 앞둔 I N I스틸 당진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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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I스틸 당진공장 직원들이 오는 5월 A지구 1열연공장을 6년 만에 본격 재가동하기 위해 압연설비를 보수하고 있다.

"설 연휴요? 없습니다. 제대로 공장을 돌리기 위해선 녹슨 전기로와 설비를 깨끗이 청소해야 합니다. 보수할 설비도 한두개가 아닙니다."

지난 28일 INI스틸 당진공장에서 만난 제1 열연압연부 손일만 주임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지난해 10월 INI스틸이 한보철강 당진공장 인수를 끝내고 보수 작업에 돌입한 이후 손 주임은 하루도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손 주임을 포함한 70여명의 핵심 인력들은 이번 설 연휴에도 출근해 작업장을 손볼 계획이다.

이실영(52) 계장 등 제1 열연제강부 직원들은 공장 내 전선 교체 작업을 모두 마치고 이날부터 전기로(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설비)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전기로가 쇳물을 토해내지 못하고 멈춰선 지가 어언 6년. 먼지와 고철 찌꺼기가 가득했다. 1995년 완공된 이 설비는 한보철강 부도와 함께 98년 멈췄다. "제 심장이 멈춰선 것 같은 아픔을 6년이나 겪었습니다. 새 주인을 거의 찾았다가는 매각 협상이 깨져 재가동이 수포로 돌아간 일이 두번이나 있었죠. 회사 운명과 신세 타령을 하며 동료와 수많은 밤을 소주잔으로 달랬습니다."

한보철강이 설립된 94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했다는 이 과장는 "곧 공장을 돌린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감격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INI스틸 이사진 및 노조 간부 20여명은 당진항 명명식에 참가한 심대평 충남지사를 만나 "기술 인력 공급을 위해 기능대학을 설립해 달라""시내버스 노선을 확충해 달라""저렴한 임대 아파트를 지어달라"는 등의 민원을 쏟아냈다. 연간 180만t의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A지구 열연공장은 오는 3월 시험 가동을 거쳐 5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장을 돌린다. 현재 이 열연공장 보수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 수는 300여명. 옛 한보철강에서 근무했던 퇴직 멤버들이 다시 공장으로 돌아왔으며 지역 내 젊은이들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 INI스틸 측은 지금까지 설비 교체와 외벽 공사 등에 640억원을 투자했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악산 등반훈련, 해병대 체험훈련을 벌였다. 7곳의 열연제품 판매 대리점을 지정하는 등 유통망 정비도 끝냈다. 현재 800여명인 INI스틸 당진공장의 전체 직원 수는 곧 1000여명으로 늘어난다. INI스틸은 내년 하반기에 B지구 열연공장(연 생산량 200만t)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당진=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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