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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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호 29면

한때 가톨릭 국가였던 프랑스에는 1926년 첫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세워졌다. 파리 중심지인 제5구의 라탱지구에 자리 잡았다. 면적이 1만㎡나 돼 프랑스 최대이자 유럽 3위 규모다. 파리 모스크라고 불리는 이곳은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아닌, 프랑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지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를 위해 목숨을 바친 10만여 명의 식민지 무슬림 장병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26년 7월 15일 프랑스 대통령 가스통 두메르그와 모로코 국왕 물라이 유세프가 참석한 가운데 개원 예배가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와 유대인을 숨겨 줬고 유대인 어린이들에게 무슬림 출생증명서를 떼 주어 학살을 막았다. 프랑스 역사의 일부가 된 것이다. 프랑스에는 현재 2125개의 모스크가 있다.

영국 최초의 모스크는 웨일스의 카디프에 있는 알마나르 이슬람문화센터다. 1860년 예멘 뱃사람들이 세웠다. 수도 런던에선 26년 들어선 파즐 모스크, 일명 런던 모스크가 1호다. 인도 출신의 여성 부호가 패물을 팔아 건설비를 댔다. 2003년에 들어선 2만1000㎡ 넓이의 바이툴 푸투(승리의 집이라는 뜻)가 영국에서 가장 큰 모스크다. 영국에는 1500개가 넘는 모스크가 있다.

유럽 최대 모스크는 가톨릭의 심장부라는 로마에 있다. 3만㎡ 규모로 94년 문을 연 로마 모스크다.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국왕과 이탈리아에 망명 중이던 전 아프가니스탄 군주 무하마드 하산이 함께 돈을 댔다. 85년 기공식엔 산드로 페르티니 당시 대통령도 참석했다.

미국 1호는 22년 시카고에 세워진 와바시 모스크다. 개종한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과 인도 출신 무슬림 공동체가 함께 돈을 모아 지었다. 미국에선 30년 월레스 무하마드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영적·정신적·사회적·경제적 환경 개선을 목표로 세운 이슬람 종교단체인 ‘네이션 오브 이슬람(NOI)’이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예배 지도자들이 양복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다. 그래서 미국식 이슬람으로 평가받는다. 본부는 시카고에 있는 마리암 모스크다. 원래 그리스정교 교회였던 것을 72년 구입해 모스크로 바꿨다.
마리암은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뜻한다. 무슬림은 예수를 선지자의 한 사람으로 받든다. 미국에서 이슬람은 흑인 민권운동과 궤를 함께 해 왔다.

그런 미국에서 9·11 테러 현장 근처에 모스크를 세우는 문제를 둘러싸고 새삼스럽게 ‘종교의 자유’ 논쟁이 불붙고 있다. 현장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15층짜리 현대식 모스크 ‘코르도바 하우스’를 세우려는 계획을 두고 미국 사회가 찬반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반대론은 히스테리와 다름없다. 9·11은 극단적인 성향의 테러리스트들이 종교를 팔아서 했던 악행이지 이슬람이 미국을 공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슬람과 테러리즘을 동일시하는 것은 논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그리고 자유국가를 지향해 온 미국답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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